2020년 지역 문화예술계는 코로나19가 꿀꺽 삼켜버렸다.
코로나19 국내 발병 1년을 즈음해 국제신문 문화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 각 분야의 위축 상황을 체크(국제신문 지난 18일 자2면 보도)해 봤다. 예상대로 심각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부산시립미술관 방문객이 45%, 45개 공공도서관 대출건수가 40%, 영화관 관객 수·입장권 매출이 각각 64%, 65% 줄었다. 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계의 매출은 27%, 공연편수는 547 건에서 325건으로 222건 감소했다. 예술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지역 공연예술계는 지원금을 소진하기 위해 겨우 무대를 열고 객석은 텅 비워둔 채 온라인에 동영상을 형식적으로 올리는 정도로 처리한 경우가 많았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언제 끓어오른 적이 있었나 싶게 지역 예술인의 창작의욕이 눈에 띄게 저하된 것이 어쩌면 더 심각한 일일지 모른다. 지역에서 클래식 공연기획을 오래 해 온 한 관계자는 “연주자들이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고 말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정도였는데 지난해 늦가을부턴 아예 독주회건 협연이건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삼삼오오 연습하려는 의욕도 보기 힘들다. 이런 분위기는 나중에라도 연주기량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려운 지역 연극계야 말해 뭣하겠는가. 작은 작품이라도 무대에 올린다는 소식을 듣기 어려우니 ‘좋은 작품만 기사로 소개하겠다’고 고르던 때가 그리울 지경이다. 무용계는 또 어떤가. 10년간 지역 무용계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져 온 신은주무용단의 ‘부산춤공간 SHIN’이 운영난에 지난 연말 문을 닫았다.
문학계도 어렵기는 매한가지. 황선열 부산작가회의 회장은 “지역 전업 작가들의 수입이라야 뻔하다. 문학강의에서 나오는 부수입이나 지자체 지원 문화사업에 참여하는 정도인데 작년에는 그런 활동이 올스톱 되다보니 생활고를 겪는 작가가 많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간간이 연락이 닿는 한 작가는 “교사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문학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부러웠던 적이 없다”며 “시간은 많으니 뭐라도 써볼까 싶지만 의욕도 없고 뭘 써야할 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게 코로나 블루인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최근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문화예술인을 위해 총 20억 원 규모의 긴급생계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4000명에게 50만 원씩 지급되는 액수다. ‘언발에 오줌 누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이조차 절실하다. 시는 또 예술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조사를 벌여 ‘예술인복지 5개년 계획’을 세우기로 하면서, 기존 지원 사업의 진단 및 재구조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많은 문화예술 활동이 복구되지 않고 차질이 생길 게 분명하니 여기에 지원하려던 예산을 아예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가뜩이나 열악한 부산의 문화예술 지원 예산이 ‘코로나 대응’에 쏠리게 된 것이다.
정책이 전망하는 것처럼 지역 문화예술계는 올해도 암울할까. 공연장과 영화관 객석은 반의 반도 못 채울까. 아니 문을 닫게 될까. 사람들은 갈 곳 잃고 하릴없이 넷플릭스를 탐닉하게 될까. 그럴 지도 모른다. 그래서 포스트코로나 패러다임에 발 맞춰 비대면 문화 인프라를 강화해야 하며 문화정책 예산도 그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금은 정말 세상이 확 달라져서 전과 같은 문화향유의 시대가 마침표를 찍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코로나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온다”는, 감염병 전문가도 아닌 봉준호 감독의 말이 반드시 실현된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숨결과 숨결을 공유하며 노래하고 만지고 환호하는 그런 예술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언하며 그 아름다움을 한 발 앞서 포기하려고는 애쓰지 말자. 낡은 공연장, 미술관도 손볼 게 있으면 손보고 예술인도 기량을 닦으며 내일을 준비하자.
이 대책도 없는 칼럼이 검색에 걸리면 ‘그 시기엔 문화계에 이런 얘기도 오갔지’하며 추억할 날이 곧 올거다.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