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보궐선거를 70일 앞두고 가덕신공항으로 정치권이 또 요란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21일 “가덕신공항은 부울경의 미래다”고 했다. 자당의 부산시장 후보들을 이끌고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방문해서다. 이어 관련 특별법 2월 국회 처리를 재차 확인했다. 여당 대표의 ‘가덕 행보’는 예견됐던 일이다. 2월 국회가 곧 시작되고, 보선에서 불리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유일한 카드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파장은 엉뚱한 곳에서 커졌다. 부산의 ‘정치 주류’를 자임하는 국민의힘 ‘투 톱’이 연이어 지역 민심에 불을 질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특별법 처리 의지를 놓고 “가덕도 공항 하나 한다고 부산 경제가 확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술 더 떴다. 그는 “(특별법 처리라는) 악선례를 남기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27일에는 “밀양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재차 소금을 뿌렸다.
두 사람의 가덕신공항 폄훼는 이번 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부산 방문 때도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검증위 발표직후 자당 부산 의원들을 “크게 질책했다”고 했다. 가덕특별법을 발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가덕신공항은 부산 시민의 13년 응어리다. 국민의힘의 뿌리인 두 전임 정권이 원인을 제공했다. 그런데도 그 당의 지도급 인사가 이 현안에 대해 몰이해와 몰지각을 드러냈다. 따지고 보면 ‘김종인·주호영 체제’에서 ‘부산 무시’는 반복됐다. 김 위원장 말대로 가덕공항 하나로 부산 경제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치자.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다른 무엇인가를 준비중이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주 원내대표는 부산 현안에 노골적으로 대구·경북 입장에서 공격했다. 그는 지난해 3차 추경 당시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3700억 원 규모의 자기 지역구 예산들을 새치기로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 중 3000억 원은 한국해양진흥공사 추가 출자금이었다. 물론 이 공사는 부산에 있다. 하지만 이 돈은 조선·해운업 침체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전국 중소선사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나 주 원내대표가 대구·경북(TK)의 현안에 이렇게까지 비토하고 얕본 적이 있었나 싶다. 부산 울산 경남(PK)을 영남권의 주변쯤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를 놓고 부산 민심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이 부산을 찬밥으로 취급하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당이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하는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2018년 6·13지방선거 때를 돌아보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측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홍준표 당 대표의 지원 유세를 수용하느냐였다. 당시 ‘막말’ 프레임에 갇힌 홍 대표에 대한 여론의 비호감도가 높을 때였다. 서 후보 측 캠프에서 격론이 벌어진 끝에 홍 대표는 선거를 나흘 앞둔 6월 9일 광복동 총력 유세에 합류했다.
단상에 오른 홍 대표는 “부산 시민의 사랑과 분노에 대해 저희 당을 대신해서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큰 절로 사죄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판세가 기운 뒤였다. 국민의힘 시장 보선 후보들은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가덕 폄훼 발언’ 직후 일제히 두 사람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에 대한 지역의 비호감도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부산의 100년 미래를 가늠할 선거다. 23년 ‘부산 정권’을 차지했던 정당이라면 진심으로 부산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내놓아야지 초를 치면 되겠는가. 다음 달 1일 부산을 찾는 김 위원장이 가덕신공항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시민이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두 지도자가 선거가 임박해 또 부산에서 사과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서울본부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