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영화의 전당에서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창작 발레공연 실황을 보았다.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의 총감독이자 천재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창작한 이 작품은 베토벤의 음악에 정통발레를 기반으로 한 현대무용을 비중 있게 작품에 접목한 표현주의 발레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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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적 뮤지컬드라마 ‘구미호 레시피’. KBS 제공 |
20세기 초 이사도라 던컨에 의해 고전발레에 반기를 들고 태동한 현대무용이 21세기에 오히려 발레에 접목되어 무용수가 토슈즈는 신고 춤을 추되 정형화된 테크닉이 아닌 자연스러운 몸의 움직임을 작품에 적극 반영한 점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수궁가 한 대목에 맞춰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춘 춤도 바로 현대무용이다. ‘겨울왕국2’의 총괄 애니메이터 이현민은 주인공 안나의 우아한 움직임은 현대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고, 현대무용을 K-Pop 안무에 접목시킨 BTS, 루이비통을 비롯한 세계 명품광고 등에서 다양하게 변용된 콘텐츠로 현대무용은 대중을 만나고 있다. 100년 전 발끝으로 서서 춤을 추어야 하는 토슈즈 대신 맨발로 춤을 추었던 자유로움의 상징인 현대무용의 다양한 변용은 흡사 요즘 주목받고 있는 판소리와도 비견될 수 있을 것 같다.
판소리라는 장르의 범주는 민속악이다. 일반 백성이 향유하는 음악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알 수 있듯이 시대적 풍자나 해학을 담은 백성이 즐기던 노래인 판소리가 조선후기 양반들이 주요 소비주체가 되면서 판소리 음악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당시 판소리 12마당 중 배비장전, 변강쇠타령, 강릉매화전, 무숙이타령 등 외설스럽거나 황당한 내용의 것은 도태되고 삼강오륜의 교훈이 담긴 오늘날의 판소리 5바탕만이 남게 되었고, 지식층의 수준에 걸 맞은 현학적 표현과 한시나 한문이 첨가된 사설로 바뀌었고,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양반 복식을 갖추어 노래를 불렀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른다. 이러한 판소리는 오늘날 다양한 장르와 음악적으로 변용되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맥베스’ 등 세계 고전문학을 판소리로 선보인 창작 판소리, 1990년대 신세대문화를 타고 등장한 미국의 대중문화인 힙합음악을 듣고 자란 90년대 생 창작자들·이들이 만들어낸 국악을 소재로 한 새로운 흥과 언어유희를 담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국악 뮤지컬, 이번 설날에 2부작으로 방영될 판소리, 정가, 민요 소리꾼들이 연기와 노래를 하는 KBS에서 제작한 한국적 뮤지컬드라마 ‘구미호 레시피’는 이날치의 영향으로 국악이 대중적으로 주목받으며 그 전부터 기획되었던 이러한 창작물도 같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드라마에 음악 연주로 참여했는데 공중파 방송에서 국악이 직접적으로 사용된 드라마가 기획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인기를 실감해본다. 이러한 트렌드가 시간이 지나며 또 어떠한 형태로 고착화 되거나 변용될지에 대해서 기분 좋게 지켜보고 싶어지는 요즈음이다. 소리연구회 소리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