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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백신 국가주의는 공멸의 길 /이은정

우리도 이달 중순 접종, 집단면역 형성돼야 종식

일부 국가 백신 독점 땐 경제난·변이 해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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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날에 조심해서 본가에 다녀오면 괜찮지 않을까요.” “가족끼리 모였는데 혹시라도 감염되면 치료비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당할까 봐 걱정이네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설 연휴 집합금지와 이동자제를 호소하면서 인터넷에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할 수 없는 조처를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연장했다.

이를 위반하면 1인당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대해 과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이 많다. 언제쯤 이런 불필요한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안타깝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나아져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7일 현재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634만8262명, 누적 사망자는 232만591명으로 집계됐다.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은 7798만4514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만이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백신이 공급돼 집단 면역이 형성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르면 설 연휴 직후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6만 명분이 도입돼 접종이 시작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5만 명분이 이달 말부터 공급된다. 미국과 영국 등은 지난해 말부터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월 31일 기준으로 전 세계 62개 국가에서 총 9450만 개의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현장에서 투여됐다. 일 평균 접종수는 447만 개로 80억 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인구가 접종을 하려면 현재 접종 속도로는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 그룹인 UBS는 올 연말까지 세계 인구의 10%만이 백신을 맞을 수 있고 내년 말까지도 세계 백신 접종 인구 비율은 2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은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연합(EU)에 백신 공급 축소를 예고하면서 영국과 EU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백신 부족에 시달리던 EU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백신 계약을 이행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막판엔 ‘영국에서 제조한 백신을 유럽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EU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추가로 받고 영국도 EU 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EU와 영국은 조금이라도 더 먼저 일상으로 복귀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자국 이기주의에 매몰돼 공평한 백신분배라는 국제적 대의를 어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백신 격차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질서에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스라엘은 인구 대비(약 930만 명) 접종률이 30%에 육박한 반면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나라가 수두룩하다.

세계 인구의 16%에 불과한 부국들이 지구촌 백신 공급물량의 총 60%를 확보하면서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국민이 먼저라는 ‘백신 민족주의’는 공멸의 길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백신 국가주의는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일부 국가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에 성공해도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에서 허덕인다면 세계경제가 회복될 수 없다. 이럴 경우 올 상반기만 해도 국제 경제 손해액이 약 9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백신을 제대로 접종받지 못하는 국가에서 코로나19 변이가 계속 발생해 이것이 다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결국 코로나 종식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 공평하게 백신을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의 주도로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배분을 위해 만들어진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가 가난한 나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세계화 시대에 사는 만큼 국가주의적 전략으로는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라도 글로벌 백신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집단면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싫건 좋건 우리 모두가 지구라는 한배에 탄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편집국 부국장 e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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