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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알프스 하동’이 가야할 길 /이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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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2-10 19:21:5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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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악양면과 화개면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1117m의 형제봉. 정상 능선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동서로 길게 누운 지리산 주 능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개 돌리면 사방 우뚝하게 솟은 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고개를 낮추면 발 아래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악양 벌판과 섬진강이 아스라이 내려다 보인다.

이런 형제봉과 이어지는 길은 여러 갈래다. 형제봉에서 고소산성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봄이면 일대가 철쭉으로 온통 붉게 물든다. 또 악양 벌판에서 형제봉 칠부 능선을 넘어 화개면 원부춘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둘레길은 난도 높은 트레킹 코스다. 원부춘마을에서 형제봉 북쪽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도로는 차량을 이용하면 가장 수월한 길이다. 마지막으로 이 활공장에서 이륙해 섬진강 변까지 비행하는 하늘은 아찔하게 아름다운 경관을 누릴 수 있는 길이다.

이런 형제봉에 길 하나를 더하려는 시도가 얼마 전 좌절됐다. 바로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에 포함돼 형제봉 일대를 경유하는 산악열차와 모노레일 길이다. 패러글라이딩 동호인이나 산꾼, 때로는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이들에게나 익숙한 하동 형제봉이 지난해 연말 하동군의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 대상지로 이름이 오르내리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형제봉을 중심에 두고 하동군 악양면과 화개면, 청암면에 두루 걸쳐 총사업비 1650억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호텔과 산악열차,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내심 하동군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대했던 사업이다.

지역 관광산업 발전을 바라는 주민의 열렬한 기대가 있었지만 그 반대편에는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반대도 만만찮았다. 다른 개발사업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듯이 양쪽의 이해는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경남도와 하동군 관계자 환경단체 전문가 주민 등 20여 명이 참여하는 ‘상생조정기구’를 구성해 총 27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조정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사업 재검토 결정을 내려 사실상 좌절됐다.

이때 상생조정기구는 ‘하동군이 원점에서부터 주민 의견을 수렴해 갈등을 해결하고 사업 계획을 재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를 내렸다. 하동군의 사업 추진이 성급했다는 의미다.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적 가치 가운데 어느 쪽이 우위에 있느냐와는 별개로 결정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유교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 권위주의 사회를 거치며 수직적 전달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이번과 같은 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이해당사자들이 수평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데 서툴다.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들이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지 않고 기존 관행대로 처리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남의 나라 일이기는 하지만 2000~2005년 오스트리아 빈 공항 활주로 증설 과정에서 있었던 빈공항과 지역 주민 간의 합의 과정은 배울 점이 있다. 조정 역할을 맡은 전문가의 주도로 지역민이 두루 참여하는 포럼을 만들어 5년 동안 166회의 공식회의를 포함해 500여 차례의 회의와 토론을 거쳤다. 그 결과 주민과 지방정부, 공항이 모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활주로 설계 변경과 주민 지원이라는 합리적 결론을 끌어냈다. 주목할 건 이 과정에서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모든 정보가 공개됐다는 점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끊임없는 대화가 상호 신뢰의 바탕이 됐고 이는 결론에 대한 양측의 수용으로 이어졌다.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는 그냥 묵히기에는 아까울 법한 프로젝트다. 그래서 하동군도 재추진을 욕심낼 만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달라져야 한다. 성급한 마음에 정치적 또는 법적으로 결론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찬반 대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또 한 번의 정치적 법적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 또다시 법정으로 간 설악산 케이블카처럼 여러 개발 사업에서 숱하게 봐온 모습이다. 형제봉에 먼저 생겨나야 할 길은 모노레일이나 로프웨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과 대화의 길이어야 한다.

부국장 겸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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