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백기완 선생 추모 특별기고]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 이청산 한국민족예술단체 총연합 이사장
  •  |   입력 : 2021-02-16 19:39:48
  •  |   본지 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비가 내리는 영도다리를 건널 때 어두워 보이지 않는 멀리 지상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 위에는 가녀린, 그러나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김진숙이 있었다. 김진숙이 꿈꾸는 세상은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일하며, 함께 잘 살자, 같이 일하고,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이었다. 그게 백기완 선생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노나메기’ 세상이었다.

비가 내리는 영도 한진중공업 앞 경찰의 차 벽에 막혀 더 이상 진행을 못 하고 섰을 때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일갈에 ‘명박산성’이 무너지는 사자후였다. “이놈들아, 이 할애비가 진숙이 보러 가겠다는데 왜 길을 막느냐.” 2차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오신 백기완 선생님의 외침이었다.

인사동의 어느 시인의 출판기념회에서 여느 출판기념회와 다름없이 이런저런 축하 의례가 진행되었고 분위기가 칭찬 일색일 때 선생님께 한마디를 청하자 헝클어진 백발을 손으로 한 번 쓱 넘기시고는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라”고 일갈하셨다. 머리가 쭈뼛 섰다.

앞에서 했던 얘기들이 하얗게 다 지워지고 한 울림만 남았다.



무너지지 않아

산이다

세월에도

힘에도

그 어떤 것에도

무너지지 않아

산이다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해도

산은

그대로 산이다

불쌈의 투혼이 살아 있어

그 투혼의 씨알

삼천리에 퍼져

산자의 가슴에 살아 있어

산은

그대로 산이다



외침이 살아 있는 한

산은

언제나 산이다

함께 땀 흘리며 일하고

함께 잘 살아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

외침이 살아 있는 한

산은

언제나 산이다



무너지지 않아

산이다

세월에도

힘에도

그 무엇에도

무너지지 않아

산이다

(내가 올랐던 어떤 산보다 높은 산으로 자리하는 백기완 선생님을 기리며)



맨 첫발 딱 한 발 떼기에 목숨을 걸라고 일갈하셨던 분이 눈에 사라지고 가슴으로 들어왔다.

한 번씩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들이 가슴에 들어와 사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가슴에 들어온 그것은 영원히 떠나지 않고 자리하여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고 나의 잘못에 가차 없이 매질하는 회초리가 된다. 언 땅을 어여차 치고 일어서는 대지의 새싹처럼 일어나라고 힘을 준다.

김구 선생님은 백기완 선생에게 “통일은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던 양심이 하나 되는 것”이라고 얘기하셨다고 한다. 그런 통일, 남과 북의 양심이 하나 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노나메기 세상이 열리는 진정한 통일이 되는 그날.

비오는 그날 어느 선술집에서 뒤풀이하던 때 통일되면 백두산 같이 가시자고 하니 힘이 없어서 가겠냐고 해서 제가 업고라도 가겠습니다고 약속했는데 선생님! 함께 가시지요. 우리 땅 밟아, 남의 땅으로 돌아가는 백두산이 아니라 차를 타고 단숨에 오르는 백두산이 아니라 한 걸음 걷고 눈물 한 바가지 쏟고 한걸음 걷고 피를 한 동이 쏟는 걸음으로 선생님! 함께 가시지요. 휴전선 철조망 끊고 평양을 거쳐 백두산으로!

한국민족예술단체 총연합 이사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민간투자 4조로 물꼬 튼다(종합)
  2. 21년간 조례 발의 ‘0’…‘밥값’ 못 한 부산 기초의원 21명
  3. 3부산 與당직자 출신 총선 리턴매치 촉각
  4. 4아! 권순우 충격의 2회전 탈락
  5. 5사업비 2조 늘었지만 ‘부전역’ 추가로 경제성 확 높아져
  6. 6부산 학교 밖 청소년 1만 명에 검정고시 교과서 지원
  7. 7저리고 아픈 다리 치료효과 없다면…척추·혈액순환 복합 검사를
  8. 8코로나 진료비 부당청구 전국 8400개 병원 조사
  9. 9‘자율형 공립고 2.0’ 서부산 학생 40% 선발 검토
  10. 10턱없이 적은 ‘범죄피해 구조금’…유족은 두 번 운다
  1. 1부산 與당직자 출신 총선 리턴매치 촉각
  2. 2尹 “몸 던져 뛰면 엑스포 우리 것 될 것” 막판 분전 촉구
  3. 3李 “도주우려 없다” 檢 “증거인멸 우려” 심야까지 설전 예고
  4. 4민주 26일 원내대표 선거…4파전 속 막판 단일화 변수
  5. 5영장 기각 탄원서, 민주당 161명 등 90여만 명이 제출
  6. 6친명 ‘가결표 색출’ 비명 “독재·적반하장”…일촉즉발 민주당
  7. 7보수 텃밭 부산 서·동 지역구, 여권 총선 후보군 문전성시
  8. 8멈춰 선 국회…가덕건설공단·산은법 발목
  9. 9국민의힘, 이언주 '주의 촉구' 징계 의결
  10. 10역대급 강행군에 코피 흘린 윤 대통령
  1. 1수산물 소비급감 없었지만…추석 후 촉각
  2. 2주가지수- 2023년 9월 25일
  3. 3선원 승선기간 줄이고, 휴가 늘린다
  4. 4부산항만공사·해양진흥공사, ‘데이터 기반행정’ 업무협약
  5. 5간소한 세간 8평 방에 가득 차…아내는 무릎 접고 새우잠
  6. 6광안대교 뷰·학세권 프리미엄…‘푸르지오 써밋’ 부산 첫 입성
  7. 7부산서 무량판 적용 주상복합 부실시공 첫 확인
  8. 8‘어른 과자’ 농심 먹태깡, 600만 개 넘게 팔렸다
  9. 9숙박업 신고 않은 ‘생활형숙박시설’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 유예
  10. 10주담대·전세대출도 연말부터 앱으로 갈아탄다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민간투자 4조로 물꼬 튼다(종합)
  2. 21년간 조례 발의 ‘0’…‘밥값’ 못 한 부산 기초의원 21명
  3. 3사업비 2조 늘었지만 ‘부전역’ 추가로 경제성 확 높아져
  4. 4부산 학교 밖 청소년 1만 명에 검정고시 교과서 지원
  5. 5코로나 진료비 부당청구 전국 8400개 병원 조사
  6. 6‘자율형 공립고 2.0’ 서부산 학생 40% 선발 검토
  7. 7턱없이 적은 ‘범죄피해 구조금’…유족은 두 번 운다
  8. 8日 전역 국영공원 17곳…녹지 보존·방재 거점 등으로 특화
  9. 9日정부가 법·재정 지원, 대도시·지방 고루 분포
  10. 10“안전한 일터·노사화합, 기업성장에 순기능 작용”
  1. 1아! 권순우 충격의 2회전 탈락
  2. 2압도적 레이스로 12번 중 11번 1등…수상 종목 첫 금
  3. 3여자 탁구 2연속 동메달
  4. 4북한에 역전승 사격 러닝타깃, 사상 처음 우승
  5. 5김우민 수영 4관왕 시동…‘부산의 딸’ 윤지수 사브르 金 도전
  6. 6황선홍호 27일 16강…에이스 이강인 ‘프리롤’ 준다
  7. 7中 텃세 딛고, 亞 1위 꺾고…송세라 값진 ‘銀’
  8. 8북한 유도서 첫 메달…남녀 축구 무패행진
  9. 9한국, 통산 金 3위…항저우 대회서 800호 따낼까
  10. 10여자 유도 박은송·김지정 나란히 동메달 업어치기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자들의 소통방식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기고 [전체보기]
대통령의 ‘서울·부산 2개 성장 축’ 실현되려면
안전한 세상에서 아동은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고삐 풀린’ 부산 분양가 괜찮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양말 뒤집어 신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자연과 인간을 잇는 원초적 매개체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예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젠 팬이 원하는 감독을 보고 싶다
부산형 특구 성공 조건은 ‘앵커기업’ 유치
도청도설 [전체보기]
또 살생부
부산KCC이지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명란과 옹기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사설 [전체보기]
“엑스포는 우리 것” 이런 마음으로 힘 모아 결실을
‘영구임대 30년’ 주거복지 차원 대책 찾아야 할 때
세상읽기 [전체보기]
역사 전쟁과 자유론
출산정책 헛다리 그만 짚고 고용안전성 높여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해인의 서랍에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적 공간의 미학
중세 고려의 여름, 휴가와 K-잔치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야만의 과학
밥의 길, 쌀의 미래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글로컬대학 30, 성공은 총장 리더십에 달렸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화해의 와인
와인, 스토리텔링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비과학적인 이유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12음기법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화가 장욱진이 온다
황창배의 ‘곡고댁(哭高宅)’
CEO 칼럼 [전체보기]
세계박람회와 벡스코 제3전시장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잠재력과 성장성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