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이들의 수많은 약속이 난무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자면 체육 관련 정책, 마스터플랜은 어찌 된 일인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선거판을 달군 현안 중 스포츠 관련은 단연 ‘사직야구장 재건축’이었다. 포문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열었다. 서 전 시장은 선거 직전인 그해 3월 사직야구장을 개폐형 돔구장으로 바꾸겠다고 브리핑에 나섰다. 시는 1985년 건립돼 노후화가 많이 진행된 사직구장의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 ‘사직야구장 중장기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시행해왔는데 이날 그 결과를 시장이 직접 발표한 것이다.
용역은 단순 리노베이션이 아닌 개폐형 돔구장으로 재건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건립비는 3500억 원. 건립 방식은 시비와 국비를 650억 원씩 넣고, 나머지 2200억 원은 민자를 끌어들이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형태였다. 계획대로 지어진다면 돔구장으로는 서울 고척돔에 이어 두 번째이고, 개폐형으로는 첫 사례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개방형 구장은 건립비가 1800억 원 정도로 돔에 비해서는 덜 들어 더 현실적”이라며 개방형 구장 재건축에 의견을 보탠 것과는 정반대 결과였다.
어쨌든 시 정책이란 ‘탈’을 쓴 시장 후보의 파격적인 공약은 시민의 이목을 꽤 집중시켰다. 돔구장이 필요한 이유를 들으면 더더욱 솔깃한 제안이었다. 돔구장은 당장 짓는 데는 돈이 많이 들지만 야구 전용경기장뿐만 아니라 콘서트 컨벤션 등 대형 이벤트를 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일본 도쿄돔이나 후쿠오카돔처럼 말이다. K팝 등 콘서트가 주로 열렸던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콘서트 한 번 하고 나면 잔디가 망가지느니 안 망가지느니 논란에 대관 자체가 잘 안돼 대형 이벤트를 진행할 공간이 부족한 부산엔 절실한 대안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고급 호텔이나 맛집, 놀이시설 등을 함께 결합한 ‘스포테인먼트’ 시설로 활용해 부산,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자산으로 연결하겠다는 사직야구장 마스터플랜은 당시로썬 무척 미래지향적 계획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용역 결과는 오거돈 전 시장이 집권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상대 후보의 주요 공약을 계승할 리 만무한 탓이었다. 오 전 시장은 돔보다는 개방형 야구장에 관심을 가졌으나 집권 기간 용역에 대한 별다른 후속 대책을 내지 않았고, 성 비위로 물러나면서 야구장 재건축 이슈는 흐지부지됐다. 그 결과 선수와 부산시민은 아직도 비가 새고 쥐가 돌아다니는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하고, 즐겨야 하는 처지다.
지금 와서 공약(空約)을 되짚는 까닭은 그래도 3년 전엔 논란이나마 있었다는 거다. 부산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지난 3년 새 같은 항구 도시이자 호시탐탐 부산을 제치고 우리나라 ‘제2의 도시’를 노리는 인천은 돔구장을 갖게 생겼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연고지인 인천에 복합문화체육시설인 돔구장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이를 관광자원으로 연결하겠다던 부산의 앞선 청사진이 인천에 뺏길 판이다. 물론 이번 선거전에서 사직구장 재건축에 관한 언급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한 예비후보가 사직에 돔구장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미 물러나 이슈가 되지 못했다.
지역 체육계 현안은 비단 사직구장 재건축 문제뿐만이 아닐 것이다. 명색이 프로구단이 쓰는 경기장인데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선수들이 경기 전 추위에 벌벌 떨고 질 낮은 음향기기가 경기관람까지 방해하는 낡은 농구장(사직체육관), 지난해 태풍으로 날아간 천막을 새로 구하지 못해 구멍이 뚫린 채로 흉물로 방치된 ‘2002 월드컵 첫승 성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등 체육시설 보강은 시급한 과제다. 당구 축구 빙상장 등 종목별 전용경기장을 신설·확충, 생활체육 인구를 대폭 늘려 시민 건강을 지키는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
코로나19로 무산된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재유치 등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한일월드컵 이후 20년 가까이 맥이 뚝 끊긴 스포츠 빅 이벤트 개최에도 중장기 플랜을 내놔야 한다. 도시의 수준·품격을 높이겠다는 시장 후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 어느 예비후보도 이런 대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판. 정말이지 실망스럽다.
생활레포츠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