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뛴다.” 가덕신공항 특별법 국회 본회의 처리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꼭 41일 남겨놓은 날이다. 이날 부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바다에 띄워진 배 위에서 가덕신공항 예정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가덕도 땅을 직접 밟는 대신 배 위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문 대통령의 모습은 마치 전장에 나선 장수를 연상케 했다.
가덕신공항은 부산시민의 20년 숙원 사업이다. 단순한 공항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이 구상 중인 항만 철도와 연계된 ‘트라이포트’의 린치핀(핵심축)이다. 부산 울산 경남이 수도권 공화국에 맞서 추진 중인 동남권 메가시티의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은 부산시민이 함께 힘을 모은 결과이지만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노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이번 부산 방문은 가덕신공항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야당과 신공항 사업 자체가 못마땅한 수도권 언론의 ‘선거 지원’이라는 비판은 충분히 예상됐지만, 문 대통령의 부산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문 대통령의 ‘가덕신공항 행보’를 보면서 부산시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경제인은 “다른 것은 제쳐두고 부산의 숙원인 가덕신공항 사업을 위해서라도 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7, 28일 국제신문·리서치뷰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도 가덕신공항 건설이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이 37.8%로 ‘야당에 유리할 것’(11.0%)이라는 응답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언어학자이자 정치 담론의 프레임 구성 전문가인 조지 레이코프(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대학교 수업 중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과제에 성공한 학생을 단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코끼리라는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프레임이 갖고 있는 이미지나 관련 지식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몸집이 크고, 퍼덕이는 귀와 엄니, 긴 코를 가지고 있고, 밀림에 서식하고, 서커스와 연관돼 있다는 것 등이다.
부산시장 보선은 지역경제 악화와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이 겹쳐 민주당에 절대 불리한 형국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권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이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대선을 1년 남겨두고 부산시장 자리를 야당에 쉽게 넘겨줄 수는 없다. 민주당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즉,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프레임 전환의 중심에는 가덕신공항이 있다. 지난 2일에는 시장 후보 경선 대회를 가덕도에서 열었다. 신공항특별법 처리를 주도해온 이낙연 대표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유권자의 시선을 ‘가덕’으로 모을 것이다.
가덕신공항 효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부산MBC·부산KBS·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부산지역 민주당(34.7%) 지지도가 국민의힘(34.2%)을 오차범위 안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반면 앞에서 언급한 국제신문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46.9%, 민주당이 35.1%로 국민의힘 우위가 이어졌다. 그래도 가덕신공항 변수의 확장성은 여전하다.
여권이 내민 프레임은 또 있다. 4차 재난지원금이다. 지급 시기가 이달 중으로 타이밍이 절묘(?)하다. 지원금 규모는 애초 12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대폭 커졌다. 지원 대상자도 650만 명으로 늘었고, 1인당 지원 금액 역시 증가했다. 재난지원금의 위력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입증됐다. 상당수 유권자가 현금 다발을 받고 여당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신종 금권선거’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정부 여당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선거와 무관하다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여당이 잇따라 내미는 대형 프레임이 야당으로 기울어 있는 부산시장 선거의 양상을 바꿀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지 궁금하다. 4일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확정되는 날이다. 민주당도 이르면 6일 후보를 결정한다.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