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부산항만공사(BPA) 앞에 3주째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항 신항 3부두 운영사인 ㈜한진의 직원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머리띠를 두르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양수산부와 BPA가 부산항 신항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운영사 통합 정책이 되레 국내 유일의 국적 터미널 운영사인 한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간 부산항 신항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난립한 운영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막상 통합 정책을 본격화하자 파열음이 나고 있다. 왜 그럴까?
업계에서는 ‘통합의 시기’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전세계 해운시장은 3개 얼라이언스(해운동맹)로 재편돼 있는데, 이중 2개 얼라이언스(디 얼라이언스·2M)가 이번 통합작업과 연계돼 있다. 안정적인 부두 운영의 필수 조건이 메인 얼라이언스 계약에 따른 물량 확보인데, 공교롭게도 통합추진 시기와 2개 얼라이언스와 신항 운영사 간 기존 계약 만료 기간이 맞물리면서 한진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현재 해수부와 BPA는 1단계로 싱가포르 국적의 PSA가 운영하는 1부두(PNIT)와 PSA·HMM이 절반씩의 지분을 가진 4부두(HPNT), BPA 소유의 다목적부두 등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수심이 얕고 신항 가장 안쪽에 위치해 선사들이 기항하길 꺼리는 ‘ㄷ’자 형태의 부두에 다목적부두를 장치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인센티브까지 얹어 경쟁력을 갖추게 하자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HMM이 소속된 ‘디 얼라이언스’가 기항 중인 2부두에서 물량을 빼 1·4통합 부두로 옮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같은 이유로 2부두(PNC·운영사 아랍에미레이트 DP월드)를 사이에 두고 1, 3부두를 기항하던 2M(머스크·MSC)이 2부두로 옮겨가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1~5부두는 모두 선석이 3개 씩이지만, 2부두만 유일하게 선석이 6개로 2M의 물량을 오롯이 처리할 수 있다. 그간 2M은 1, 3부두로 나눠 기항하면서 환적화물의 부두내 운송료인 ITT 비용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현재 양대 얼라이언스와 터미널 운영사 간 협상이 진행 중으로, 운영사들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5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물량 연쇄 이동이 진행돼 3부두 물량의 90%를 차지하는 2M이 떠나면 한진은 메인 얼라이언스를 잡지 못한 채 부두를 운영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터미널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할 수도 있다. 운영사들은 디 얼라이언스·2M의 물량을 나눠 갖는 형국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한진이 글로벌 해운동맹 한 곳과도 계약하지 못해 물량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높다. 한진은 우여곡절 끝에 3부두 운영권을 갖게 됐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적 운영사를 지키기 위해 2017년 국내 금융사가 모여 만든 해양펀드와 BPA가 25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한진을 살렸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난 한진이 정부의 또다른 정책 앞에서 3년여 만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했다.
세계적인 항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부산항 부두 운영사를 통합해 효율적인 운영 및 경쟁력을 꾀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모두 공감한다. 단지 통합시기를 오는 2023년 2-5단계 부두 개장으로 늦추자는 게 한진의 요구다.
애초 BPA는 하반기 2-5단계 운영사를 공모하고 2023년 개장에 맞춰 3부두와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진도 6개 선석을 갖춰 외국적 운영사와 동등한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상반기에 신항 내 얼라이언스가 재편돼 한진이 부실화 된다면, 향후 2-5단계에 참여할 운영사는 물론 새 부두에 기항할 얼라이언스의 물량도 장담할 수 없다.
통합 시기를 2년 뒤로 미루자는 요구는 특혜를 달라는 말과 다르다고 본다. 혹자는 이번 통합 작업이 ‘한진 죽이기 제2라운드’라는 격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BPA 등은 한진의 우려가 과하다고 얘기하지만 만에 하나 우려가 현실화 된다면 부산항 신항은 모두 외국적 운영사만 살아남는 기형적인 항만이 될 것이다. “현재의 통합 작업으로 외국적 운영사만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길 바란다.
해양수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