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 변천사를 보면 반세기도 되기 전에 놀라울 만큼 발전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물리치료실과 언어치료실이 우리나라에 손꼽을 만큼 드물었다. 한마디로 불모지 그 자체였다.
필자는 중증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데 그 시대에 그런 기관이 있었다면 어쩌면 보행도 조금씩 할 수 있었고 말도 교정을 받았다면 현재보다 발음이 조금이라도 덜 부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장애인 부모가 발 벗고 나서서 복지단체와 연계해 물리치료실과 언어치료실이라는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 됐고 오늘날은 어디든지 가서 물리치료 및 언어치료를 받는 데 아무런 제악을 받지 않고 있다.
이뿐 아니다. 15년 전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두리발’이 운행됨으로써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로 승차가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이렇게 일일이 변천사를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2006년에 장애인 활동보조제도가 도입돼 활동보조인이 장애인과 일대일로 연결해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케어’해준다. 그 어느 제도 하나도 소홀한 제도가 없지만 이 제도야말로 필자 같은 중증장애인에게는 일상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가사에서부터 신체 전반적으로 도움을 받기 때문에 놀라우리만치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자부한다. 중증뇌병변장애인으로서 피부로 느끼고 있기에 피상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더욱이 의미가 있는 것은 65세가 되면 장기요양보호 제도로 넘어가서 숱한 장애인의 애로상황이 말할 수 없이 컸는데 마침 지난해 마지막 날 65세 이상이 되어도 나이에 제한을 받지 않고 지속해서 활동보조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장애인 복지 변천사로 볼 때 상당한 쾌거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날이 갈수록 모든 분야가 발전적으로 나가야 할 텐데 장애인복지정책은 뒷걸음질 치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몇 해 전에는 4시간 활동보조인과 일하고 단말기를 끄고 쉬라고 하더니 이제는 노동 관련 법을 적용해 주 52시간 이하로 하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한 방송국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주 52시간제 때문에 장애인들이 외출을 못한다거나, 과거보다 지원을 받는 시간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며 “정부가 별도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필자와 같이 중증장애인뿐만 아니라 경증장애인과 하지장애인이라도 어차피 스스로 일어서기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장애인의 실생활을 안다면 근로기준법을 적용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정책 만드는 사람에게 며칠만 걸어 다니지 말고 집 안에서 기어 다니면서 생활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냉장고에서 물 한 컵을 내어 마시고 밥을 꺼내 먹어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TV에서 봤던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나는데 직접 한번 체험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책상에 앉아서 비현실적인 정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현장을 제대로 파악해 실현 가능한 정책을 수립해 주기 바란다. 어쨌든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앞을 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책상에만 앉아서 말도 되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 현장에 하달하는 것을 멈춰주기 바란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