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책 제언] 입학생 급감시대 대학체제를 리셋하자 /초의수

  • 초의수 신라대 교수
  •  |   입력 : 2021-03-14 19:07:28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고등교육은 사회의 공공재이고 따라서 공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정책에서 이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부 지출은 3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6.0%를 크게 하회하는 최하위 수준이고, 사립대 비율은 전체 대학의 81.5%로 OECD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의 공적 기능이 매우 부실하다. 게다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 격차가 크고, 갈수록 그 간극은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치닫고 있다. 사회경제적 핵심자원의 수도권 초일극 집중과 이에 편승한 대학 간 서열화로 인해 사회적 공정성과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활동 없이 입지나 정치 등 다른 요소에 기대 부를 얻는 방식을 지대추구라고 한다. 경제학자 고든 털록(Gordon Tullock)은 지대추구 행위가 가치를 파괴하고, 세금을 도둑질하며, 국가를 가난하게 한다고 봤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 지나친 학벌주의, 재벌독식 체제, 심지어 부동산 투기까지 모두 지대추구 방식이란 점에서 닮은 꼴이다.

2021학년 부산지역 대학 수시는 전문대는 물론이고 15개 4년제 대학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수험생이 3개 학과를 지원하는 정시 역시 경쟁률 3 대 1을 넘긴 대학은 5개 대학에 불과하다. 결국 대규모 미충원 사태로 이어졌다. 미래는 더욱 어둡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대학입학정원은 49만2000명으로 올해만 7만8000명 이상 미충원(15.9%)이 예상되고, 현재 정원을 유지하는 한 향후 2030년대 말까지 매년 7만~17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대안이다. 당장 시급한 일은 지방대학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정원의 동시 감축이다. 우선 10% 정도 입학 정원을 일률 감소하고, 정원을 줄인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을 위해 마련한 정원 외 충원을 수도권 대학이 기본 가치와 다르게 대거 뽑았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를 정원 내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 질을 평가하기 위해 영국 호주 일본 등 다수 국가에서 실시하는 평가 제도를 우리나라에서는 지방대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한 대학기본역량진단도 원래의 가치로 되돌아가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대면수업이 거의 불가능했던 2020년 이후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올해 상반기에 계획된 평가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담당해온 대다수 지방 사립대와 사립 전문대는 이젠 정부지원형 사립대로 전환시켜 공공적 고등교육의 일원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거점국립대 육성뿐만 아니라 차제에 권역별 국공립대 및 정부지원형 사립대의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학위과정 운영 등 고등교육의 지역균형 발전과 질적 수준 제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관건은 재정 확보다.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제도 내 지역고등교육교부금을 통해 지방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대학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학 체제를 리셋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교육 마스터플랜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1960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교육의 평등한 접근성과 고등교육 질 향상을 위해 공교육 중심의 대학체제로 재편했다. 유명한 산업사회이론가이자 전체 캘리포니아대학 총장이기도 했던 클라크 커(Clark Kerr)가 설계한 이 계획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의 100개가 넘는 대학을 연구중심대학(UC), 교육중심대학(CSU), 그리고 직업훈련 및 성인교육 중심의 커뮤니티 칼리지(CCC)로 재편했고, 고등교육의 수월성 향상을 위한 공적 지원을 강화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신규 고등학교 졸업생 중심에서 실제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요에 부합하는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함께 다루는 대학교육체제로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가 이 같은 체제 도입을 갖추도록 부울경권이 먼저 공동으로 연구 중심의 거점국립대학, 교육중심의 국·공립 및 정부지원형 사립대학,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 중심의 정부지원형 전문대학 체제를 구축하며 각 기능에 충실하도록 교육네트워크를 함께 운영해 나가야 한다. 경남에서 선정된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 플랫폼’ 국책 사업을 잘 활용해 부울경과 지역산업체가 함께한다면 혁신을 메가시티지역으로 전환·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신라대 교수·부산시지방분권협회 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9. 9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10. 10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 1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8. 8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9. 9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10. 10‘고부가 데이터’ 노린 AI해킹…새로운 보안 패러다임 급부상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3. 3“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4. 4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7. 7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