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사용후핵연료 처리, 더는 시간이 없다 /김희국

  • 김희국 경제과학부장
  •  |   입력 : 2021-03-24 19:39:3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특별법 제정을 포함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처리 해법도 제대로 도출하지 못한 채 21개월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검토위가 내놓은 186페이지 분량의 권고안은 “올해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논의가 시작된 지 43년이 됩니다.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을 시작한 이후,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매년 사용후핵연료는 쌓여만 갈 뿐 근본적 해결을 위한 걸음은 못내 더디기만 합니다”로 시작한다.

사용후핵연료가 무엇이기에 43년 동안 대책을 못 세운 것일까. 쉽게 이해하려면 2016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를 떠올리면 된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김남길이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을 맞이한 곳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였다. 지진으로 수조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가 새자 목숨을 걸고 막은 것이다. 원전 재난 영화의 주인공이 마지막에 생명과 바꾸면서 방사능 유출을 저지했다면 사용후핵연료가 얼마나 무서운 물질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핵연료를 말한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이 강하고 높은 열을 내기 때문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된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 독성이 낮아지려면 최대 30만 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위험한 물질인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관리 대책이 43년 동안 수립되지 않았다. 워낙 위험해서다. 그동안 정부는 9차례나 관리시설 부지 선정을 시도했지만 지역민의 반발과 지질 안전성 등에 막혔다. 부지 선정은 고사하고 선정 절차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영화 판도라처럼 원전 부지 안의 임시저장시설에서 보관하고 있다. 제대로 관리하려면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갖춰야 한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점이다. 2019년 6월 기준 고리 3·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은 각각 94.2%와 94.9%다. 2031년이 되면 고리원전 1~4호기 전체 저장률이 1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을 만들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을 처음으로 수립한 것이다. 그때 계획을 보면 주민 동의를 얻어 관리시설 부지를 확보하는데 무려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부지가 선정돼도 중간저장시설,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 영구처분시설 건설 등에 3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시 계획에서 영구처분시설 가동시기를 2053년으로 예측했다. 로드맵 수립 37년 후다.

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핀란드는 2015년부터 지하 450m 깊이의 암반에 영구처분시설을 건설 중이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철저한 지질 조사와 정보 공개로 주민 동의를 구하면서 진행한 것이 30년이 넘었다. 프랑스와 스위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정도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알 수 있다. 불과 10년 후면 고리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꽉 찬다. 그런데 아직 부지 선정은 고사하고 권고안을 발표하는 수준이다. 10년이란 시간이 남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서 보았듯 부지 선정에 10년 이상 소요된다.

여기서 친원전이냐, 탈원전이냐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차피 원전을 건설해도 사용후핵연료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전을 가동할 수 없다. 원전 해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해체도 쉽지 않다.

한 전문가는 “원전은 발전과 사용후핵연료라는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 칼의 한 면이 우리를 겨누고 있다. 원전 곁에서 삶을 이어가는 부울경 주민이 가장 섬뜩하게 느낀다. 더는 시간이 없다. 하루빨리 해결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만약 해결하지 못한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경제과학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3. 3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울산 온산 화학공장 화재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0. 10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3. 3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4. 4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5. 5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6. 6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7. 7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8. 8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9. 9“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0. 10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3. 3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4. 4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5. 5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6. 6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7. 7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9. 9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8. 8[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9. 9“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4. 4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5. 5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8. 8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9. 9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10. 10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다시 영화의 시간
사형 생중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퐁피두 중단·라 스칼라 보류, 새 문화 대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산은 부산 이전 강력한 의지 보여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