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교향악단이 내년 창단 60주년을 맞는다. 초대 오태균부터 한병함 이기홍 박종혁 마크 고렌슈타인 블라디미르 킨 반초 차브다르스키 곽승 알렉산더 아니시모프 리 신차오를 거쳐 현재 최수열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까지 지휘자 계보에서 세월이 읽힌다. 1973년 부산시민회관 개관으로 전용 연주장을 갖고, 1988년 부산문화회관이 문을 열면서 격을 높였다.
앞서 극장을 전전하던 시절, 오태균 지휘자를 보고 “뭐하는 사람이기에 연주단을 가리느냐”는 지청구가 객석에서 나올 정도였다니 그 세월에 켜켜이 담긴 이야깃거리가 만만찮을 듯하다. 1997년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 대한민국 첫 교향악단, 2017~2019년 국내 최초 슈트라우스 교향시 전곡 사이클 공연 등을 만들어가는 기록에서 발전의 싹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부대끼며 빚어내는 불협화음도 물론 있었지만, 위기 극복의 힘은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단순 명료한 명제다.
다음 달 2일 오후 7시 30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제573회 정기연주회 ‘슈트라우스 어게인!’은 창단 60주년을 앞두고 새로 쌓은 기록이 될 듯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김택수 ‘짠!!’, 슈트라우스 ‘돈 후안’, 라벨 ‘라발스’ 등 레퍼토리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겠으나 세계 초연작인 김택수의 ‘짠!!’은 각별하다.
김택수 작곡가의 이력도 ‘짠!!’이란 곡목과 그 내용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서울대 화공과를 다니다 4학년 때 작곡과에 편입했다. 미국 인디애나 음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필하모닉 단골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짠!!’은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에서 제목을 딴 11분짜리 작품으로 부산의 밤바다를 배경으로 들려오는 트로트와 민요 등의 친숙한 선율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김 작곡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짠!!’은 부산역에 내렸을 때 말투나 움직임이 생기 넘쳤던 부산의 첫인상을 녹여냈다”고 밝혔다. 시원소주 한 잔에 부산 사람의 정을 담았다는 이야기다.
김 작곡가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처음 진행하는 ‘올해의 예술가’ 프로젝트의 첫 선정자다. 능력 있는 예술가를 선정해 한 해 동안 수 차례 악단과 서로 시너지를 얻자는 취지다. 최수열 지휘자와는 2013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인연을 맺었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위촉으로 ‘짠!!’을 세계 초연하는 연유다. 부산을 담은 클래식 명곡 탄생의 첫걸음이다. 내년 창단 60주년 공연에선 더 농익은 연주를 기대한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