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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어게인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책임교수
  •  |   입력 : 2021-03-30 19:16: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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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00만의 동유럽 국가 슬로베니아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핫한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이다. 1991년 소련 연방 해체와 함께 유고슬라비아와 분리된 슬로베니아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쪽 아드리아 해 부터 동쪽으로 드라바(Drave)강과 사바(Save)강 계곡을 따라 15개 지역에 1만6000헥타르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오렌지와인으로 건배하는 모습.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이름에 사랑(love)을 품고 있는 나라. 수도의 이름마저도 ‘사랑스러운’이란 뜻을 가진 류블랴나에는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시인 프란체 프레셰렌과 율리아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담은 동상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사랑의 다리가 있다.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와인은 ‘오렌지 와인’이다. 내추럴와인의 저자 이자벨 르 쥬롱(MW)은 “시칠리아 스페인 스위스 조지아 등 여러 곳에서 오렌지와인들을 만날 수 있지만, 가장 심오한 오렌지와인은 슬로베니아에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앰버 와인’이라고도 부르는 이 와인은 오렌지로 만든 것은 아니고 화이트 포도 품종의 껍질과 줄기를 함께 침용 발효 숙성시켜 오렌지 빛깔을 띤다. 당시에는 명칭에 대한 기준이 없었고 생산자들조차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다. 2004년 영국의 와인 수입상 ‘데이비드 하비’가 와인을 레드 화이트 로제 등 색깔로 구분하는 것에 착안해 오렌지색 와인을 오렌지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오렌지와인이 되었다. 화이트 와인의 산미와 과일 향, 레드 와인의 타닌과 묵직한 질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음식과 매칭이 좋으며 특히 한식과 잘 어울린다.

최근 세계적인 와인시장의 트렌드는 프랑스 부르고뉴와 같이 고급와인에 대한 수요와 2012년 코펜하겐의 노마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내추럴 와인 붐을 들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는 주춤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내추럴 와인 붐과 함께 오렌지와인이 젊은 층에서 트렌디한 술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오렌지와인은 내추럴와인처럼 새롭게 생겨난 것이 아니고 고대 방식의 와인이 다시 관심을 받게 된 역주행 와인이다. 로제와인보다는 침용 시간이 길고, 화이트 포도 품종을 사용한 점이 레드와인과는 다르다. 밀레니엄 세대를 비롯한 현대소비자들은 정형화된 기존 와인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테고리의 색과 맛에 거부감 없이 마음을 열고 와인을 고른다.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의 구대륙 와인과 미국 호주 같은 신대륙 와인으로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선입견을 깨고 낯설고 새로운 와인들에 호기심을 갖는 등 와인 선택의 폭과 시야도 넓어지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제품의 우수성에만 집중하는 기업과 브랜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 매력적인 고객 경험을 전달하고 상호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혁명이 전통적인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발전으로 도약하는 시대. 와인 역시 자유롭게 즐기고 경험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시대, ‘와인어게인’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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