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최민식 곽도원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서울시장 3선을 노리는 정치인과 주변인들의 갈등과 배신, 암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선거라는 행위에 대해 정의한 유명한 말이 있다.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 여기서 핵심은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이다. 진실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다만 진실인 것처럼 믿게 만들 수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 말에 동의하든 아니든 실제로 선거는 출마자 저마다의 여론전과 이미지 관리, 그리고 그를 통해 축적된 무형의 자산이 유권자의 마음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라 승부가 점쳐지기 마련이다.
승부가 결정되는 투표일 이전에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론조사 지지율이다. 그런데 이 지지율이라는 것이 ‘카멜레온’과 같다. 지지율이 높은 쪽과 낮은 쪽에서 수십 가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하고 가공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사전 지지율이 최종 결과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이력이다. 2010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오세훈 후보는 한명숙 후보와의 사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20%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우세를 보였지만, 실제론 0.6%포인트의 신승에 그쳤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2016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는 직전 KBS여론조사에서 정세균 후보에 45.8% 대 28.5%로 크게 앞섰지만, 최종 결과는 39.7% 대 52.6%로 대역전패였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현재의 지지율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각 캠프에서는 투표율에 따른 유·불리 계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투표율이 높을 때와 낮을 때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까? 부산·서울시장 선거에서 공히 20%포인트 안팎 앞서 있는 국민의힘이나, 뒤진 더불어민주당 모두 투표율이 높아야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이다.
허나 아무리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거라지만, 확실한 진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투표를 해야 이긴다는 사실이다. 지지율을 맹신해 승부를 속단하고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패배만 남을 뿐이다. 오는 2일(금)과 3일(토)의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그래서 중요하다. 가뜩이나 4월 7일이 임시공휴일이 아닌 마당이어서 사전투표 기회가 더욱 금쪽 같다.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 투표율이 높아야만 비로소 풀뿌리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할 것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