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다. 최근 CNN 보도를 보면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3000만 명을 넘었고, 신규 확진자와 입원 환자 수도 크게 줄어 안정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월 26일부터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되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70%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국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여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봄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4차 유행 가능성을 거론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일부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급증할 경우 환자를 수용할 병상 부족 사태가 또 재연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마다 공공병원 병상이 없는 지역의 중증환자가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거나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대기하던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2019년 12월 말 기준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의 5.5%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공병상 수는 6만 1779개 병상으로 전체 병상 수의 9.6%에 그쳐 OECD 평균 공공병상 수의 10분의 1 수준이며, 프랑스(61.5%) 독일(40.7%) 일본(27.2%)과는 비교가 안 된다. 또한 전체 병상에서 공공의료 병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역별로도 격차가 매우 크다. 제주도는 공공병상 비율이 32.1%, 강원도는 23.4%이지만 인천시는 4.5%에 불과하며, 울산시와 세종시는 공공병상이 전무하다.
이렇듯 우리나라 의료는 95%를 차지하는 민간 영역이 주도하면서 수요가 많은 대도시로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몰리게 되고, 생명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고 위험도가 높은 진료를 기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코로나 환자는 공공병원의 영역이라며 의료계가 병상 제공에 비협조적이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기존 입원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며 지정 철회를 요구한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은 국민이 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도 공공의료 확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흐지부지하다가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더는 공공의료 확충을 미뤄서는 안 된다. 고속도로 5~8㎞ 건설비용으로 500개 병상 규모의 공공병원 1개를 세울 수 있다고 한다. 즉, 서울에서 대전까지 고속도로 200㎞를 건설하는 예산이면 공공병원 25~40개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한서(漢書) 가의전(賈誼傳)’에서 유래한 ‘전복후계(前覆後戒)’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앞 수레가 뒤집힌 자국은 뒤에 있는 수레에게는 좋은 경계가 된다는 말이다. 앞의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코로나19가 언젠가는 종식되겠지만 과거의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의 사례를 돌이켜보면 전 세계적인 감염병이 머지않은 미래에 또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산시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