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0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3일 개막일엔 봄비 탓에 서울 고척 스카이돔 한 곳에서만 경기가 열렸으나 4일 인천 고척 수원 창원 잠실에서 10개 팀이 일합을 겨뤘다. 팀 간 맞대결 16경기, 팀당 144경기 등 총 720경기의 대장정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어린이에게는 꿈을, 젊은이에게는 정열을, 그리고 모든 국민의 선량한 여가 선용을 위하여’란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했다. 그해 3월 27일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MBC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 경기는 명승부였다. 연장 10회말 7 대 7 동점에서 터진 MBC 이종도의 만루홈런이 백미였다.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한 건 역사적인 이벤트와 특별한 장소가 맞물린 덕분이다. 이날 경기는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됐다. 라디오 중계 방송을 들은 곳은 설악산. 고등학교 수학여행 중이었다. 휴대용 라디오도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어폰을 낀 라디오 주인을 중심으로 마음 맞는 친구들 몇몇이 모여 경기를 즐겼다. 라디오 주인이 중계 내용을 친구들에게 일일이 되풀이하면 그 중 한 명이 해설을 곁들였다. 삼성 이만수, MBC 백인천 등 선수들의 기록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수학여행은 사진 한 장으로 남았으나 그 친구들은 꿈을 찾아 세상을 누비다가도 문득 생각날 때 전화 한 통 주고받는 죽마고우가 됐다.
수학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하지만, 씻을 수 없는 아픔이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다. ‘세상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다짐하고 반성해도 조심스러운 일이 수학여행이다. 게다가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학교가 수학여행 자체를 포기했다. 수학여행도 새로운 기준, 뉴노멀이 필요한 때다.
부산시교육청이 원점회귀비행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의 ‘뉴노멀 수학여행’을 시도하고 있단다. 숙박 여행을 대신하는 당일 체험 프로그램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호텔업계의 자구책이 맞아떨어졌다. 무착륙 비행 체험이나 호텔리어 직무 특강 등이다. 안전과 함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체험 활동이 제대로 어우러져야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왕 교육청이 학생의 수학여행비를 지원하기로 했으니 인터넷 공간에서 세계 어디든 마음껏 가보고 싶은 곳을 탐구하고 해당 지역과 관련된 기념품을 국내에서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 프로야구 출범일의 추억이 오롯하듯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징표로 삼을 수 있도록.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