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신문은 1896년 4월 7일 창간했다. 이 신문의 진정한 가치는 시대의 위기에 먼저 눈을 뜬 이들이 국민의 독립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신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향한 창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한글로 발행한 까닭도 국민들에게 더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독립신문 창간의 정신을 기리고 신문의 사회적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1957년 4월 7일 한국신문편집인협회 결성과 동시에 이날을 신문의 날로 제정했다.
신문인들은 제1회 신문의 날부터 매년 표어를 정해 발표해왔다. 신문의 날 표어는 매년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관심을 끌었다.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분노가 들끓던 1960년의 표어는 ‘악법의 철폐’ 였고, 박정희 군사정권 치하의 암울했던 1963년 표어는 구한말 독립신문 저항의 뜻을 담아 ‘신문의 독립’으로 정했다. 10월 유신 다음해인 1973년과 소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로 상징되는 언론인 대량 강제해고 사태 직후인 1975년엔 아예 표어를 제정하지 못했다.
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올해 신문의 날 표어는 ‘신문이 말하는 진실은 검색창보다 깊습니다’이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수상작은 다양해진 매체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신문의 장점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한때 시대의 창문, 세상을 향한 창문으로 통하던 신문의 역할이 ‘검색창’으로 상징되는 포털사이트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로 신문이 말하는 진실이 검색창보다 깊을까? 한 누리꾼이 포털사이트에서 댓글로 던진 ‘비웃음’이 뼈아프다. “신문이 언제부터 진실을 말했다고? 포털 검색창에서 검색해서 기사랍시고 쓰면서.”
그렇다. 신문이 깊어지려면 결국 기자들이 깊어져야 한다. 의식도, 지식도, 전문성도 함께 깊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에 한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검색창만 두드리는 기자가 만드는 신문을 보면 125년 전 그 어두웠던 시절 세상을 향한 진짜 창문을 짰던 서재필 주시경 윤치호 같은 선각자들은 뭐라고 호통칠까. 그래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출마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 마땅히 뒤따라야 할 신문기자들의 현장 취재 노력이 부족했다는 독자의 비판을 받는 것은 두고 두고 아쉽다. 진실을 외면하려는 부끄러운 태도라는 질타다. 선배 기자들의 잘못이 크다. 신문의 날 아침에 쓰는 반성문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