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훅(Robert Hooke)은 용수철이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힘은 처음 위치에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한다는 ‘훅의 법칙(Hooke’s Law)’을 발견했다. 탄성을 지닌 모든 물체는 모습이 변형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 저항하고 복원하는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형되면 용수철은 더 이상 훅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변형된 모습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훅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은 비단, 한계를 넘어선 용수철만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적지 않은 경제·사회 취약계층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시장 한파로 최근 1년 새 직장을 잃고 구직 중인 실업자가 올해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2.3%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한다. ‘2020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도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해 코로나19가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더 가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어진 경기 침체 탓에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넘어 코로나 레드(corona red)와 같은 사회적 병리 현상도 경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경제적으로 적색경보가 켜진 지금, 경제 활동에서 소외된 저소득·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것은 리질리언스(resilience) 즉, 회복탄력성이다. 이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인구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포용금융과 경제 안전망이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UN은 이미 2015년부터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하면서 포용적 경제 성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 취약가계·중소기업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 강화 등을 제시하고 국제사회 협력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도 공동선언문을 통해 경제 위기로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 취약 부문의 금융포용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2020년 G20 금융포용 액션플랜’을 채택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포용금융의 온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금융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부업 최고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덜고, 정책서민금융 대출상품도 확대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 등 연체채무자에 대한 재기 지원책도 신속히 마련했다.

여기에 발맞춰 캠코도 위기에 직접 노출된 금융취약계층이 빚을 갚지 못해 장기 연체의 늪에 빠지거나 과잉 추심에 노출되지 않도록 공적 재기 지원제도를 마련해 경제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득이 감소한 개인채무자 약 6만4000명을 대상으로 총 680억 원 규모의 채무 조정과 상환 유예를 시행했다. 또 도움 받는 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객센터 등을 통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이 큰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는 2조 원 규모의 ‘개인 연체채권 매입 펀드’를 조성해 대출금을 연체한 채무자들에게 채무 조정과 상환 유예, 이자 감면 등으로 재기를 돕고 있다. 더불어 올해부터는 지난해 말 신설한 시효관리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채무자 개개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심의·의결해 빚을 갚을 여력이 심히 부족한 경우 조속히 새 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채무 조정 패스트트랙 제도 활용과 채무조정심의위원회 등 채무자 중심의 캠코형 채권관리체계도 한층 강화할 것이다.

경제 위기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제적 피해를 오롯이 채무자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보다 재기할 의지가 있으나 여건이 안되는 금융취약계층에게 희망의 끈을 다시 이어주고,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힘을 갖도록 금융백신을 만들고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 공공섹터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일각에서는 채무를 정상적으로 갚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에 경제 회복 탄력성을 잃어가는 경제·사회취약계층을 제도권 내에서 경제 활동이 가능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포용금융은 반드시 필요한 금융백신이자 치료제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경제가 성장력과 역동성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도약을 이루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봄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소생(蘇生)’과 ‘다시 시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곳곳에서 희망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직까지 경제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포용금융 백신·치료제로 탄력성을 회복한 용수철(spring)처럼, 만물이 다시 일어서는 봄(spring)과 함께 하루빨리 든든한 경제 주체로 재도약을 기대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