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에 승선해 함장을 인터뷰한 건 1994년 9월이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선상 방문을 기념해 함정을 공개했다. 장교 400여 명을 포함해 승선 인원이 5400명에 이른다는 설명만큼이나 항모 이름을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겠다’는 인류의 꿈을 동력 비행기로 실현한 노스캐롤라이나 주 작은 마을 키티호크에서 따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4살 터울의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1903년 12월 17일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자전거 수리공이던 라이트 형제가 띄운 비행기 이름은 ‘플라이어1호’였다. 이들의 도전을 발판 삼아 세계가 지구촌이라 할 정도로 가까워졌으며 인류는 우주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거센 바람이 부는 키티호크 모래언덕에서 이룬 꿈의 싹은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 받은 장난감이었다. 바로 고무줄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기계, 헬리콥터다.
지금, ‘붉은 행성’ 화성에선 미국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있다. 지난해 7월 30일 발사된 뒤 4억7100만km를 비행해 7개월 만인 지난 2월 화성에 안착했다. 로버는 이동형 탐사 로봇이다. 지구 아닌 행성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테라포밍’ 가능성을 진단하는 막중한 임무다. 핵심은 인류 생존 조건인 물과 생명체의 희미한 징조인 메탄이다.
이제, 퍼서비어런스 아랫부분에 탑재된 ‘인저뉴어티’(Ingenuity)가 활약할 차례다. 무게 1.8㎏인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가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다. 무엇보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의 첫 번째 동력 비행이다. 화성은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에 그치는 데다 대기 밀도는 오히려 지구의 1%에 불과해 비행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악조건에서 새로운 도전에 힘을 더하는 건 라이트 형제다.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에서 떼낸 천조각을 품었다. 탄소섬유로 만든 날개 4개로 움직이는 인저뉴어티는 말 그대로 ‘독창적’이다. 날개 4개가 분당 2400회 회전한다. 인저뉴어티의 첫 비행은 최대 30초 동안 3m 높이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첫 비행 일정부터 꼬였다. 12일 역사적인 비행 계획은 날개 회전 장치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 탓에 14일 이후로 연기됐다. 라이트 형제가 첫 시도에서 동력 비행에 성공한 것이 아니듯, 우주 헬기 비행의 시행착오는 어쩌면 통과의례일지 모른다. 그걸 견디는 건 사람의 몫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인내라는 뜻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