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암흑이라도 언젠가는 거기에 빛이 비쳐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중 이 구절이 간절하게 와닿는 시절이다. 미래사회는 편리함과 희망을 주리라는 기대도 크지만, 동시에 코로나19와 같이 총보다 무서운 바이러스를 만나면서 위험사회임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을 간단하게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간혹 지나간 날들을 들추어보면 ‘아,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잔잔하게 미소 짓거나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2020년 5월 1일 ‘72일만에 감염 제로, 대단한 우리 대한민국의 힘!’이란 메모를 읽으면서, 매일 400명대가 넘는 요즘은 그런 날이 언제 다시 올까 아득하다. 얼음을 뚫고 새싹이 돋고 봄이 오는 것처럼 그날은 반드시 오겠지만, 기다릴 수만은 없어 우리는 연대와 협력으로 이 암울한 시대를 슬기롭게 넘어야 한다.
학교는 읽고 쓰고 셈하고 깨우치는 학습은 물론이고, 영양을 고려한 식단으로 아이들 건강을 챙기고, 몸으로 부대끼며 서로를 알아가고 갈등도 조절하면서 성장해가는 삶의 터전이다. 더해지는 교육복지 덕분에 학교로 찾아오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학교 안에서 연극도 즐기고 음악회에도 참여한다. 학생들은 주체가 되어 축제를 열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간다. 선생님들은 정규 수업은 물론 방과후 활동까지 책임지면서 못다한 공부는 보충하게 하고 각종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각자의 끼를 찾고 꿈을 이루어가도록 정성을 다한다. 맞벌이 가정을 위해 돌봄 역할을 하고, 마을공동체와 다행복교육지구 사업 등과도 연결해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지원한다.
배움과 상상력, 성장과 행복의 터전인 학교를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져 잃은 것이 너무 많다. 대면수업에서는 모든 것이 교육이 된다. 수업만이 아니라 놀이 점심시간 심지어 화장실 이용조차도. 그러나 비대면 수업에서 아이들은 주체가 되지 못하고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틈새를 이용해 게임의 유혹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가정에서 부모의 충분한 관심과 지지를 받는 아이들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맞벌이나 저소득층 가정에서 아이 혼자 남게 되면 더욱 격차가 벌어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사교육비는 2019년 대비 10.1% 줄었다. 상위계층은 80% 이상이 사교육에 참여했고 사교육비도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 가정은 40% 정도가 사교육에 참여했고 액수도 줄었다. 또한 일반고 1, 2학년 2020년 1학기 중간고사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에서 중고등학교 교사 1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예년보다 문제는 쉽게 출제했음에도 하위권은 성취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고 한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면화된 원격수업이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켰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우려는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늘어나는 등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학교를 가지 못하면서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우울감과 고립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생의 문해력, 기초학력과 정신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방위로 방안을 찾아 실행하고 있다. 교육격차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교육감, 부서장들과도 함께 토론하는 등 해법을 찾아 실행하고 있지만, 고민도 크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마을과 지자체와도 더 많이 연대하며 협력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는 삶의 형태를 크게 바꾸어 놓았고 이제 우리는 예전 방식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학교를 제대로 가지 못한 1년이 100년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 프랑스 문학가 르 클레지오의 말처럼 그 어떤 아이도 인류의 향연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야 하기에. 아이 한 명 한 명이 우주이고 우리의 미래이기에.
올바른 일을 하기에 너무 늦은 건 없다.
부산시 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