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우리 군 역사에 길이 남을 행사가 열렸다.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최초의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KF-X)가 세상에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 초음속기 개발 국가가 됐으며, 전투기 수출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들도 앞다퉈 소식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출고식에 참석해 방위사업청과 공군 관계자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투기의 이름도 관심을 끌었다. ‘KF-21 보라매’. 특히 공군사관생도와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로 작명한 것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보라매는 예로부터 사냥매 중 으뜸으로 꼽혀왔다. 보라매는 5월에 알에서 깨어나 어미로부터 기초 훈련을 받은 뒤 겨울을 나려고 사냥에 나섰다가 매사냥꾼에게 붙잡혀 맹훈련을 받은 매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된 데다 ‘특수훈련’까지 받았으니 감각과 용기, 전투력 면에서 탁월하다. 매사냥은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성행했다. 고려 때는 ‘응방(鷹坊)’이라는 매 전문 관청까지 두었는데, ‘몽골비사’에서 보듯 역시 매사냥이 유행하던 원나라에 사냥매 중 최고로 쳐주던 ‘해동청 보라매’를 조공으로 바치기도 했다. 민요 ‘남원산성’에 나오는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 부분에서 산진(山陳)이는 산에서 1년을 지낸 야생매, 수진(手陳)이는 집에서 길러진 매를 뜻한다. ‘해동청 보라매’는 옛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일컫던 ‘해동(海東)’의 ‘푸른(靑) 보라매’를 가리킨다.
공사 생도의 모자에 달린 모표도 날개를 펼친 보라매가 ‘선비 사(士)’자 위에 내려 앉은 모양이다. 1958년부터 1985년까지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는 공사 4기 졸업생인 박웅진 시인이 쓴 ‘씨는 자라서 하늘이 된다’는 시와 시비(詩碑)가 있다.
‘멀리 바라다 본다 / 시선이 머무는 곳에 / 마음의 문을 열고 / 허름한 꽃씨 하나 심는다// 씨는 자라서 / 산이 되고 / 물이 되고 / 나무가 된다 / 그리고 / 바람과 구름이 / 머물다가 갈 / 정갈한 나의 집이 된다 // 더 멀리 바라다 본다 / 시선이 머무는 곳에 / 마음의 문을 열고 / 허름한 꽃씨 하나 심는다 // 씨는 자라서 하늘이 된다’.
박 시인의 시처럼 이제 막 날기 시작한 ‘보라매’가 매 중의 매로 높이 더 높이 날아 올라 하늘이 되길 기대한다. ‘호국비천(護國飛天)’의 상징이 되길 응원한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