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봄이 있겠냐마는 매화를 필두로 살구꽃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이 차례로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봄은 소담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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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계우 ‘모란과 나비’.
국립박물관 소장 |
봄철 전국의 산야는 흰색 분홍색 노란색의 가지각색 꽃으로 색 잔치를 펼친다. 겨우내 차가웠던 마음은 스며드는 꽃향기와 함께 한순간에 녹아내리나 아쉽게도 봄꽃의 향연은 그리 길지 않다. 봄꽃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울 즈음 우리는 새로운 꽃과 함께 자연의 숨결을 지탱해줄 메신저를 기다린다. 바로 ‘나비(蝶)’이다. 나비가 많아지면서 비로소 자연은 활발한 에너지를 갖는다.
자연을 신성시한 미술에서도 나비는 꽃과 함께 주요한 소재로 자리 잡는다. 단원 김홍도의 ‘화조화’ 속에 등장하는 나비는 말할 것도 없고, 신사임당의 ‘초충도’ 속의 나비도 유명하다. 조선후기에 접어들며 시장 경제의 발전과 함께 미술이 전문화되며 소 말 대나무 모란 등 각 품목을 잘 그린 전문 화가들이 등장한다. 나비를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화가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성에 따라 ‘남나비(남계우)’ ‘서나비(서병건)’ ‘이나비(이경승)’ ‘정나비(정진철)’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다.
조선시대 나비 그림의 대명사는 역시 ‘남나비’ 일호(一濠) 남계우(1811-1890)다. 그는 나비 그림을 잘 그린다 해서 ‘남나비’ 또는 ‘남호접(南胡蝶)’ ‘남접(南蝶)’이라 불렸다. 남계우는 채색화로 꽃과 나비를 잘 그려 중인 출신 같지만 사실은 양반 후예인 선비화가이다. 주로 부드럽고 섬세한 화풍으로 각종 화초와 나비를 그리고, 그 위에 달필로 화제를 쓰는 형식을 취했다. 그의 활동 이후 나비 그림은 조선시대 회화의 대표적인 소재로 자리 잡으며 후대 화가들에 의해 양식적으로 전승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이 한 쌍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에 속하는 것이다. 아랫부분에 백모란과 홍모란을 그리고 그 위에 나비 20여 마리를 그려 넣었다.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모란이나 나비가 모두 인간의 삶에 희망을 주는 소재이니 이 그림 또한 삶에 대한 희망적인 소망을 기원하는 작품일 것이다. 또한 길상적인 의미 외에 장자(莊子)의 호접지몽(蝴蝶之夢) 고사에서 보이는 인생의 허무함을 풍자하는 의미도 담겨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시조 중에 나비를 소재로 한 유명한 작품이 있다. “나비야 청산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가다가 날 저물면 꽃 속에서 자고 가자/꽃에서 푸대접커든 잎에서라도 자고 가자”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온갖 거짓과 죄악, 다툼과 고통으로 가득한 속세를 벗어나 이상적인 세계로 함께 가자는 내용이다. 요즘 전염병이 삶을 위협하고, 정치적으로 어려운 현실에서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남계우의 나비 그림은 현실과 대비되며 보는 이에게 많은 희망을 준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