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복권은 해방 직후 1947년 발행된 ‘올림픽후원권’이다.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를 위한 경비 마련이 목적이었다. 장당 100원(圓), 당첨금은 100만 원(圓)이었다. 화폐개혁으로 원(圓)이 1000분의 1원으로 줄어든 걸 감안하면 당시 액면가와 당첨금은 각각 0.1원, 1000원에 해당한다. 1940년대 1원은 현재의 17만 원 가치다. 따라서 최초 복권의 당첨금은 1억7000만 원 수준이 된다. 74년전 1000원이면 서울에서 좋은 기와집 한 채를 살 수 있었고, 부산에선 시내 중심가 남포동에 있는 청풍장이나 소화장 같은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고 남을 정도였다.
2002년 12월 첫선을 보여 올해로 20년을 맞은 로또복권은 숫자 45개 중에서 6개를 맞추는 확률게임이다. 1000번 가까운 회차를 이어오는 동안 적잖은 사람들이 당첨번호에 어떤 리듬이나 법칙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 내지 희망을 품어왔다. 이 궁금증이 한 통계학자를 움직였다. 그가 1등 당첨번호에 특정 패턴이 있는지 작위성 여부를 검증한 것이다. 결론은 “아니다”였다. 얼핏 보면 규칙이 있는 것 같아도 각종 수학식과 통계기법으로 확인한 결과 매 회차별 독립된 경우의 수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 확률이 잘 알려진대로 814만5060분의 1이다.
작년 가계당 월평균 복권 지출 금액은 590원이었다고 한다. 전체 표본가구의 복권 구입액을 평균해 산출한 값이다. 이같은 수치는 1년 전보다 7.2%나 늘어난 것이다. 로또만 보면 작년 판매액이 4조7090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9.3%나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집마다 있는 대로 허리띠를 졸라 맸는데도 복권만큼은 더 많이 샀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의 복권 지출액이 전년 대비 45.3%나 늘었다. 소득 분위별로는 최고 증가율이다.
지금까지 로또 1등 당첨금 중 최고액은 407억 원으로 2003년 기록이다. 이후 이월금을 줄이고 로또 가격도 절반으로 낮춘 탓에 그만한 당첨금은 더이상 안 나온다. 요즘 1등은 많아야 20억 원 안팎, 10억 원이 채 안되는 때도 있다. 로또 1등에 걸리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절반 가량이 “부동산이나 아파트를 구입할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 정도 당첨금으로는 서울은 고사하고 부산에 있는 웬만한 아파트 한 채도 살 수 있을까 말까다. 급등한 집값 때문에 “로또 맞았다”는 말도 자꾸 전율을 잃어가는 요즘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