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할 만한 일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염치없이 태연할 때 ‘뻔뻔하다’고 한다. ‘뻔뻔하기가 양푼 밑구멍 같다’는 몹시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는 말이다.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고 비위가 좋아 뻔뻔한 ‘언죽번죽하다’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꾸 뻔뻔하게 행동하는 ‘유들대다’가 낯설다면 염치가 없고 뻔뻔한 ‘낯두껍다’나 뻔뻔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후안무치하다’는 들어봤음직하다. 이처럼 뻔뻔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뻔뻔이’라고 한다. 체면도 없이 아주 뻔뻔해 ‘염통에 털이 났나’는 지적을 자초하는 이다.
뻔뻔스럽지 않으려면 부끄러운 줄 알고 염치도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만만찮은 일이다. 오만과 독단, 이기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뻔뻔하다’의 다양한 변주만큼이나 염치를 차리지 못함을 경계하는 많은 옛말이 증거다. 봉당을 빌려주니 안방까지 달란다거나,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거나, 노래기 회도 먹겠다는 말이 나온다면 염치가 사라진 몰염치다.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란 ‘염치’는 내력이 깊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정치가인 관중이 나라의 네 기둥으로 ‘예의염치’를 꼽았으니 하는 말이다. 우정이 아주 돈독한 친구 관계를 이르는 ‘관포지교’의 그 관중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국가,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 염치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일본에서 염치없는 말과 행동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뒤부터다. 이 결정 자체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지만, 이를 두둔하는 일들이 도를 넘어선 것이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두고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했다. 한 일본 고위 관료는 “중국과 한국 따위에는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 국민에게도 일본과 바다를 접한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해선 안 되는 말이다.
더 한 건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지원을 맡는 일본 부흥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이다. 느슨한 캐릭터라는 의미의 삼중수소 캐릭터 ‘유루카라’를 만들어 오염수가 별 문제되지 않는 듯 묘사했다. 이때문에 일본에서도 아소 부총리를 향해 “본인부터 마셔보라”는 비난성 댓글이 쇄도하고, ‘경박하다’는 비판이 줄을 이으면서 삼중수소 캐릭터 홍보는 하루 만에 중단됐다. 일본에도 염치를 아는 국민이 있어 다행이다. 일본 정부가 염치를 차릴 차례다. 염통에 털이 난 정부라는 말을 들어서야 영이 서겠나.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