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옛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여야가 합의한 ‘부산 공직자 부동산 비리조사 특별위원회’가 출범도 못해 볼 지경이라니 하는 말이다. 승리한 국민의힘이나 참패한 더불어민주당 모두 특위 출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정치권의 변심에 기가 찰 노릇이다. 여야가 호기롭게 주장했던 “공직자 부동산 비리 철저 조사 발본색원”의 외침은 ‘선거용 헛구호’에 불과했느냐는 비난이 거세다. 시민을 우롱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이 일을 과연 흐지부지 넘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여야 합의대로라면 특위는 지난 1일 정식 출범했어야 한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본 위원회 구성은 고사하고 실무협상 조차 중단된 상태다. 표면적인 이유는 특위 위원 구성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추천 위원 3명에 전 국회의원인 김해영 변호사가 포함되자 국민의힘이 “정치인 배제”를 주장하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2주 동안 진전이 없자 지난 14일에는 김 전 의원이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 1인씩 포함’ 중재안까지 냈지만, 국민의힘은 즉각 거부했다. 김 전 의원의 사퇴를 실무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비타협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구실일 뿐, 국민의힘이 특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속셈 아닌지 의심케 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전·현직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단체장·기초의원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던 기존 여야 합의를 부정하고 있어서다.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이 “이는 초안일 뿐이며 특위 구성 완료 후 협상 과정에서 조사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놀랍다. 지난 4일 실무TF는 조사 대상자 범위와 이들의 2010년 7월 1일 이후 모든 부동산 거래 내역 조사 방침을 밝혔다. 시민들도 이를 똑똑히 기억한다. 게다가 하 의원은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특위에서 정할 일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민주당의 책임도 없지 않지만, 다시 ‘부산 여당’이 된 국민의힘 책임이 가장 크다. 결국 박 시장의 의지와 결단에 달린 문제다. 조사대상에 자당 소속 관련자의 숫자가 월등히 많겠지만, 이를 회피하려 해선 안된다. 박 시장이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것도 ‘부동산 분노 표심’에 힘입은 바 크지 않은가. 게다가 박 시장 자신이 핵심 조사대상이다. 이 문제를 정면돌파 하지 않으면 앞으로 펼칠 어떤 시책도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다. 마침 그제 국회에서는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의 사익추구를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이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지역 차원의 전·현직 공직자 부동산 비리 근절 사례로 주목받던 ‘부산 특위’도 하루빨리 제 궤도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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