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 국제해양법재판소 잠정조치와 제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는 최인접국인 한국과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며 이로 인해 야기될 막대한 피해에 대해 국제사법기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 사법적 해결과 함께 외교적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수산업계는 물론, 부산시를 비롯한 관련 지자체 역시 강력 반발하며 일본 정부에 방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과 아일랜드 분쟁 때처럼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한 잠정조치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경우는 국내 전문가들조차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본안 소송 전 일종의 가처분 신청단계인 잠정조치가 받아들여지려면 급박하고 심각한 피해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방류가 현실화되기 전에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데이터는 모두 일본이 작성했고 이것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 외교부도 제소의 실익이 많지 않다는 판단으로 이를 후순위로 미뤘으나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해양 방류를 단시일 내에 전격적으로 결정한 게 결코 아니다. 2011년 사고 이후 2016년부터 관련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오염수 처리방법을 검토했고 방류로 방침이 정해진 이후부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차근차근 치밀하게 준비했다. 외교단 대상 설명회도 도쿄에서만 100회 이상 가졌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정부 관계부처 합동TF에서는 “해양 투기를 해도 과학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까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괜찮다”고 하고, 대통령은 “강경 대응하라”고 하는 이중적인 메시지가 일본 정부에 어떻게 비칠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투기는 단순히 한국 연근해의 오염과 수산물 안전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전 지구적인 현안이다. 바다에 흘러드는 방사능 물질의 농도와 총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얼마나 위험한지 사실 그 정도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막연한 공포감은 관련 산업의 궤멸과 원인제공자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상황을 막을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국제사회에는 IAEA나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태평양 연안국이 모두 당사자다. 해양 방류만이 최선인지, 오염수 농도와 방사능 총량은 얼마인지, 그로 인한 해양 생태계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관한 검증작업을 이해당사국이 직접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인접국의 동의 없는 방류 결정을 지금이라도 취소하고 협의부터 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안 그래도 최악의 상태인 한일관계가 더 나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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