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대서양 사이 항해 거리를 1만5000㎞나 줄여 주는 파나마 운하. 총길이 64㎞ 수로를 통과하는 시간은 단 9시간에 불과하다. 대륙 남단 우회로에 비해 항해 기간을 최소 15일 단축시켜 준다. 운하의 완공시기는 1914년 8월 15일이지만, 최초 시도는 약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초가 된 인물이 유럽인 최초의 태평양 발견자인 ‘바스코 뉴네스 데 발보아’다.
오늘날 파나마운하의 태평양 쪽 시·종착 도시 이름으로 남은 스페인 탐험가 발보아는 삼류 건달에서 신대륙 최초 신도시인 다리엔의 총독에까지 오른 인물. 그는 “저 산 너머 큰 바다가 있고, 강물에 황금이 가득하다”는 원주민 추장의 말을 듣고 모험에 나섰다가 1513년 9월 25일 태평양을 발견한다. 그의 발견은 대서양과 태평양 최단 거리 수로 건설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1529년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5세는 파나마운하 첫 굴착을 시도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사가 이뤄진 것은 19세기 후반에 와서다.
프랑스 업체가 1881년 시작했으나, 1903년 4000만 달러를 받고 미국 업체에 사업권을 넘겼다. 미국은 1914년부터 85년간 운영권을 독점하다가 뉴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에 운영권을 양도했다. 그러니까 파나마가 운영권을 갖게 된 것은 불과 20년 남짓이다. 2016년 새 파나마운하가 확장 개통되기 전까지 1년에 약 1만5000대 선박이 통과했고, 확장 이후 배나 늘었다. 통행료 수입만 파나마 국내총생산의 20%를 넘고, 금융·편의치적선·관광·선용품 등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70%를 차지할 정도로 운하는 파나마 경제의 절대적 존재가 됐다.
그런데, 올 들어 파나마 정부가 통행료 대폭 인상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전 세계 해운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선박 크기에 따른 통행료를 최대 4.2배까지 올리며 4월 15일 예약분부터 적용키로 한 것이다. 강수량 저하에 따른 댐 신축비 충당이 명분이다. 하지만 각국 해운단체들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사전 협의 없이 단행된 요금 인상은 철회돼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자 일단 요금인상 시기는 6월 1일로 미뤄졌다고 한다.
결론 예측은 힘들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두 차례나 인상했던 파나마의 과욕이 도리어 화를 부르지 않을지 걱정이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진리는 500년 전 발보아의 비극적 운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황금의 강’을 찾아 헤매다 결국 자신보다 더 욕심이 많았던 친구 피사로에게 배신당해 처참한 최후를 맞았던 발보아. 파나마는 발보아를 기억해야 한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