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대는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난관을 극복하고 유능한 초등교원 양성이라는 책임감으로 소임을 다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지금에 이르러 매년 우수한 인재들이 입학하고, 대학 평가에서도 지난 수년 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과에도 최근 부산교대가 갑작스럽게 부산대와의 통합을 자청하고 MOU(양해각서) 체결에 나섬으로써 구성원들의 반발과 지역 사회의 우려를 자초했다.
통합 MOU 체결은 교수회의에서 전체 교수 80명 중 39명(반대 30명)의 찬성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것이 대학 발전에 중대한 사안임에도 법령과 학칙에 따라 설치된 대학평의원회(교수 학생 직원으로 구성)도 거치지 않은 채 대학본부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통합 MOU를 정당화하기 위해 총장 공약 사업임을 주장하나, 현 총장 출마 공약집 어디에도 ‘통합’이 공약으로 제시된 바 없다. 당초 이 논의는 ‘부산대와의 공동 발전 방안’ 모색으로 출발했는데, 최근 갑자기 ‘종합교원양성체제(안)’으로 변경됐다. 이후 대학본부는 일방적인 설명회를 연 후 구성원 간 충분한 논의나 자료 공유 없이 MOU 가부를 며칠 내에 결정해서 서면으로 달라고 교수들에게 요구했다. 학생들이나 동문들은 의견을 반영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분개하고 있다. 대학의 존폐가 걸린 중요한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절차상 합당한가?
통합 추진 측에서는 통합의 주된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초등교원 수급 상황과 재정 악화의 문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초등교육의 산실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대학이 처한 문제를 교육 논리로 풀려고 하지 않고 숫자 놀음과 경제 논리로만 풀려고 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초등교사 정원 감축의 문제나 재정 문제가 통합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초등교원 양성의 정원 조정과 질 관리는 국가의 책임이자 권한이지, 단위 대학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재정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1970년대에도 국가는 초등교육의 발전과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하여 입학 정원 160여 명에 불과한 교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동안 초등교원 수급은 교육 정책이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늘 변화가 있어 왔기에 당장 눈앞에 닥친 학령인구 숫자로만 교원 수급을 재단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학습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학습자 간 개인차가 커지는 교육 상황임을 고려할 때 현재 OECD 평균보다 많은 학급당 인원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학습자의 개별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화되고 특화된 교사의 추가 확충도 시급한 시점이다. 만약 부산교대가 재정 문제로 통합이 불가피하다면 훨씬 사정이 어려운 타 지역 교대는 왜 통폐합 논의가 없는지 의문이다. 초등교육 인프라 구축에 투자가 필요하다면 이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으로 실현되는 것이지 통합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통합을 하게 되면 종합대학에서 초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소외되거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작년 11월 전국교대총장협의회는 전국 12개 회원교의 교직원과 학생 87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사대 통폐합에 97.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합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통합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정작 수혜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한 채 학생들 대다수가 통합을 반대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초등교원의 다양한 역량 개발과 초·중등 연계 교육이 필요하다면 굳이 통합이 아니더라도 학점교류제, 대학 간 공동 강의 개설, 연수와 재교육 등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이 물음에 솔직하고 성실하게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부산교대 교수·전 교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