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 /임천택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4-19 19:38:1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교대는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난관을 극복하고 유능한 초등교원 양성이라는 책임감으로 소임을 다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지금에 이르러 매년 우수한 인재들이 입학하고, 대학 평가에서도 지난 수년 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과에도 최근 부산교대가 갑작스럽게 부산대와의 통합을 자청하고 MOU(양해각서) 체결에 나섬으로써 구성원들의 반발과 지역 사회의 우려를 자초했다.

통합 MOU 체결은 교수회의에서 전체 교수 80명 중 39명(반대 30명)의 찬성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것이 대학 발전에 중대한 사안임에도 법령과 학칙에 따라 설치된 대학평의원회(교수 학생 직원으로 구성)도 거치지 않은 채 대학본부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통합 MOU를 정당화하기 위해 총장 공약 사업임을 주장하나, 현 총장 출마 공약집 어디에도 ‘통합’이 공약으로 제시된 바 없다. 당초 이 논의는 ‘부산대와의 공동 발전 방안’ 모색으로 출발했는데, 최근 갑자기 ‘종합교원양성체제(안)’으로 변경됐다. 이후 대학본부는 일방적인 설명회를 연 후 구성원 간 충분한 논의나 자료 공유 없이 MOU 가부를 며칠 내에 결정해서 서면으로 달라고 교수들에게 요구했다. 학생들이나 동문들은 의견을 반영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분개하고 있다. 대학의 존폐가 걸린 중요한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절차상 합당한가?

통합 추진 측에서는 통합의 주된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초등교원 수급 상황과 재정 악화의 문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초등교육의 산실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대학이 처한 문제를 교육 논리로 풀려고 하지 않고 숫자 놀음과 경제 논리로만 풀려고 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초등교사 정원 감축의 문제나 재정 문제가 통합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초등교원 양성의 정원 조정과 질 관리는 국가의 책임이자 권한이지, 단위 대학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재정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1970년대에도 국가는 초등교육의 발전과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하여 입학 정원 160여 명에 불과한 교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동안 초등교원 수급은 교육 정책이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늘 변화가 있어 왔기에 당장 눈앞에 닥친 학령인구 숫자로만 교원 수급을 재단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학습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학습자 간 개인차가 커지는 교육 상황임을 고려할 때 현재 OECD 평균보다 많은 학급당 인원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학습자의 개별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화되고 특화된 교사의 추가 확충도 시급한 시점이다. 만약 부산교대가 재정 문제로 통합이 불가피하다면 훨씬 사정이 어려운 타 지역 교대는 왜 통폐합 논의가 없는지 의문이다. 초등교육 인프라 구축에 투자가 필요하다면 이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으로 실현되는 것이지 통합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통합을 하게 되면 종합대학에서 초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소외되거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작년 11월 전국교대총장협의회는 전국 12개 회원교의 교직원과 학생 87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사대 통폐합에 97.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합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통합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정작 수혜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한 채 학생들 대다수가 통합을 반대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초등교원의 다양한 역량 개발과 초·중등 연계 교육이 필요하다면 굳이 통합이 아니더라도 학점교류제, 대학 간 공동 강의 개설, 연수와 재교육 등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이 물음에 솔직하고 성실하게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부산교대 교수·전 교무처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뉴스 분석] 북항 재개발 수혜 동구에 집중…소외된 중구 ‘달래기용’
  2. 2거리두기 21일 조정…현 단계 유지 가능성
  3. 3가상자산 투자 열풍 식나…한달새 104개 가격 하락
  4. 4부산부동산특위 청신호…위원들 인선 최종 합의
  5. 5청와대, 해수부 차관 바꾸고 장관 거취엔 침묵…북항사태 변수
  6. 6휴양림 인기 끌자 경남도 5곳 시설 확충
  7. 7울산 대왕암 1.5㎞ 케이블카 잇는다…시속 70㎞ 집라인도
  8. 8근엄 진지한 스님은 옛말…급식 막히자 달걀 나눔도
  9. 9윤석열 5·18 메시지에…여당, 전두환까지 빗대며 십자포화
  10. 10법에 막히고 비용부담에 좌절…사무실도 못내는 원외 위원장
  1. 1부산부동산특위 청신호…위원들 인선 최종 합의
  2. 2윤석열 5·18 메시지에…여당, 전두환까지 빗대며 십자포화
  3. 3법에 막히고 비용부담에 좌절…사무실도 못내는 원외 위원장
  4. 4한미 ‘백신 스와프’ 급물살 탈까
  5. 5문 대통령 19일 방미…22일 바이든과 첫 회담
  6. 6여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26일 합의…법사위장 배분 이견 여전
  7. 7국힘 호남 합동연설회로 전대 시작
  8. 8“미얀마서 어제의 광주 봤다”…문 대통령 진상규명 등 의지
  9. 9굳건한 윤석열, 맹추격 이재명…PK 민심 어디로
  10. 10[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물음표 가득한 윤석열, 느낌표 부족한 국힘 플랜B
  1. 1가상자산 투자 열풍 식나…한달새 104개 가격 하락
  2. 2청와대, 해수부 차관 바꾸고 장관 거취엔 침묵…북항사태 변수
  3. 3생수 이어 과일도…유통가는 ‘라벨’ 떼는 중
  4. 4어촌어항공단, 소규모 항구 뉴딜로 도시민이 살고싶은 곳 만든다
  5. 5연말정산 때 놓친 공제, 이달 신고하면 편하게 돌려받아요
  6. 6해상운임 쇼크 중소기업 “제조비보다 물류비 더 든다”
  7. 7부산시 수소충전소 확충…기장·해운대에 2곳 추가
  8. 8VR보다 진화된 메타버스…생태계 육성에 기업들 뭉쳤다
  9. 9부산시-경제계 “백신 맞는 날 유급휴가” 공동선언
  10. 10코스피 기관 매수세에 반등
  1. 1[뉴스 분석] 북항 재개발 수혜 동구에 집중…소외된 중구 ‘달래기용’
  2. 2거리두기 21일 조정…현 단계 유지 가능성
  3. 3휴양림 인기 끌자 경남도 5곳 시설 확충
  4. 4울산 대왕암 1.5㎞ 케이블카 잇는다…시속 70㎞ 집라인도
  5. 5근엄 진지한 스님은 옛말…급식 막히자 달걀 나눔도
  6. 6김해시, 원·신도심 조화 공간전략 짠다
  7. 7부산 강서구 매립장 ‘악취 사태’…업체, 주민 피해보상 절차 착수
  8. 8양산시,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하자 수돗물 염분대책 마련
  9. 9동구, 대법원 제소 예고…부산시·지역사회 "다툼보다 사업 추진 합심을"
  10. 10경찰, 특혜의혹 전봉민 일가 소유 회사 4곳 압수수색
  1. 1베테랑 속속 영입…BNK, PO 정조준
  2. 2심상치 않은 오산고 돌풍…디펜딩 챔피언 매탄고도 꺾어
  3. 3프로야구 25일 경기 취소…KBO, 2차 백신 휴가 결정
  4. 4BNK 썸, 김한별 영입…베테랑 공백 해소
  5. 5탈꼴찌 급한 거인, 독수리 사냥 나선다
  6. 6롯데 자이언츠 꼴찌 탈출 성공...지시완, 이적 후 첫 홈런
  7. 7‘79전 80기’ 이경훈, PGA 첫 우승 번쩍
  8. 8동의대 류지수, 태권도 협회장기 정상
  9. 9김광현, MLB 무패 질주 제동…김하성과 첫 투타대결 무승부
  10. 10류현진, 19일 보스턴전 등판 전망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웅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글로벌 방역 플랫폼 참여 준비 끝냈다 /천스중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 2.0’ 시대 /손병두
기명칼럼 [전체보기]
암호화폐 무조건 부정만 할 것인가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수입 연어, 부산 연어
윤석열의 5·18론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탄소세와 한계비용제로 /안영철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외식업에서 디테일이란?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사설 [전체보기]
방역 수칙 비웃는 캠퍼스 심야술판 등 자제해야
화상수업 일상화…정부 구축 플랫폼 개선 시급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갈 길 먼 2030 엑스포 유치전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정책 제언 [전체보기]
유니콘기업으로 도시재생 해법 찾다 /김민정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와인어게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