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혜택에 관한 논란이 벌어질 때면 가끔 소환되는 장면이 있다.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가 14년전 참여했던 방송 토론이다. “군대는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자도 졸리고 아무리 입어도 추운 곳이다. 월급을 100만 원 준다 해도 가려는 사람 없다.” 제대군인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려면 군가산점을 없앨 게 아니라 더 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했던 말이다. 남성들은 ‘전거성의 어록’이라며 지금도 환호한다. 전 씨는 여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투병과에 여성들도 많아요. 훈련하는 걸 봤는데 남자보다 잘 합디다.” 군법무관으로 11년을 근무한 이력 덕분에 그의 발언은 유머가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징병제가 존재하는 나라는 70여개국이다. 이중 여성 징집은 수단 차드 등 아프리카 몇개국과 이스라엘 북한 쿠바 등 소수다. 대부분 내전 중이거나 적국과 대치 상태인 병력 부족국이다. 의외인 건 북유럽이다.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는 4, 5년전부터 여성 징병을 도입했다. 성평등과 인재영입 차원에서다. 모든 남녀가 대상이지만 신체조건 등을 따져 실제 뽑히는 인원은 소수다. 따라서 강제가 아닌 선발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한다.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 ‘여성도 남성과 같이 징병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단 며칠만에 11만 명이 동의했다. “저출산으로 군 자원이 부족해 병력의 질적 저하가 심각하다”며 “여성이 군에 부적합하다는 것은 옛말이다. 여성도 군대 가야 한다”는 취지다. 비슷한 청원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에도 제기돼 한때 이슈가 됐다. 이번엔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남녀평등복무제와 모병제 도입을 제안했고, 같은당 정용기 의원은 1999년 헌재의 위헌 판결로 사라진 군가산점제 부활을 주장한다.
대한민국 여군 창설 71주년인 올해 전체 병력의 2.2%, 간부의 6.8%가 여군이다. 전투병과를 여군에 개방한지 20년만에 장군이 탄생했다. 남성만을 징집 대상으로 규정한 현행 병역법이 헌법의 평등 원칙에 반한다는 위헌 소송은 10번 이상 제기됐지만 헌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군 안팎의 상황으로 미뤄 여성도 어떤 방식으로든 공적 기여를 고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순수성이다. 요즘 정치권 움직임은 4·7 보선에서 확인된 ‘이대남’(20대 남성)의 반여권 성향을 의식한 얄팍한 술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래서야 생산적인 토론이 될 리 만무하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