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장관이 어제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과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백신 스와프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백신을 긴급 지원해 주는 대신 우리나라는 미국의 기술을 토대로 백신을 대량 생산해 갚는 개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화유동성을 긴급 확보하고자 맺었던 한미 통화 스와프를 본딴 것으로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공식 제안한 바 있다.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린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긴급 처방으로 보인다. 인구의 배에 달하는 6억 회분 백신을 확보한 미국은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접종 완료 뒤 추가로 한 번 더 맞는 ‘부스터 샷’ 계획까지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상반기에 1200만 명에 대해선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적인 공급 차질에 더해 부스터 샷에 나설 태세인 미국처럼 백신 자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각국이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계획한 만큼의 백신 물량이 적기에 제대로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까지 도입하기로 한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백신 두 종류뿐이고 일부를 제외한 다른 백신은 아직 구체적인 도입 일정조차 나오지 않고 있단다.
사정이 이러니 전국민 대비 백신 접종률이 어제 현재 3%선인 우리나라는 외국 언론으로부터 ‘백신 굼벵이’라는 조롱을 받는 처지가 됐다. 국민이 힘을 모아 이룬 ‘K-방역’ 성과가 무색해졌다. 16일 기준으로 인구 대비 최소 1회 접종률(아워월드인데이터)을 보면 한국은 2.95%로 인구 100만 명 이상인 128개국 가운데 63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37개국 가운데는 35번째다.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뉴질랜드를 빼면 우리나라 뒤엔 일본 밖에 없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감염자 및 사망자로 인해 사치스러운 시간이라는 혜택을 누렸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개발된 백신에 의존 중”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입장에서 더 뼈아픈 건 접종 지연이 경제 회복을 늦출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백신 수급 불안은 정부가 기대하는 올해 3% 성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이 지쳐가고 있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집단 면역에 가까워지면서 실외 마스크 벗기가 시작된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을 정부는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달 미국 방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외교력의 성적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좋은 백신을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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