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나섰다. 재개발 용적률을 10% 상향조정하고, 지역 건설업체가 시공자로 참여하는 소규모 재건축의 용적률도 높일 계획이다. 건축·경관·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통합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바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박형준 시장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주택 공급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취지는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투기 수요를 불러 되레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부산에 그런 조짐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준공한지 20년 넘어 재건축이 거론되는 한 아파트의 84㎡ 주택이 최근 같은 평수의 매매가격보다 10억 원가량 높은 17억 원에 팔렸다. 부동산업계에선 재건축 기대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유망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호가가 2, 3억 원씩 오르는가 하면, 불과 한 달 사이 실거래가가 10억 원 이상 급등한 곳도 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선거기간 “당선되면 1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다 풀겠다”고 큰소리쳤던 오 시장이 규제 카드를 꺼내드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부작용을 우려한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을 즉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서울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추가하거나 만기가 도래하는 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간을 연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시가 눈여겨봐야 할 타산지석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고삐 풀린 황소처럼 통제하기 힘든 게 부동산 가격이어서다. 20차례 넘는 대책을 내놓고서도 가격 안정화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헛바퀴 부동산 정책’에서 그 실상을 여실히 목격하지 않았던가.
거듭 명심해야 할 건 소득 증가를 압도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다. 지금까지의 추세라면, 최저임금을 아무리 많이 인상해봐야 무주택 노동자가 수십 년 걸려도 자기 집을 장만하긴 어렵다. 4·7 재·보선 결과는 그런 절망적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물론 오류가 적지 않지만, 문 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건 아니다. 2·4 대책에서 제시한 공공주택 공급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주택 공급을 민간에만 맡겼다간 투기 수요를 불러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 신경이 쏠려 있는 터라, 정치적 목적에 치우쳐 일을 그르칠 우려가 더 크다. 4·7 재·보선의 민심을 가른 부동산 정책은 그런 소지를 지닌 최대 문제적 사안이다. 부산시가 돌다리를 두드려가며 건너듯 재건축·재개발 등 부동산 정책 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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