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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코인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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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은 어린이 학습지 광고 소재로 활용될 만큼 유행했던 1990년대 유머다.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뒤, 냉장고 문을 닫는다는 단순한 구조가 숱한 변주를 만들었다. 유전공학을 활용해 냉장고보다 작은 코끼리를 만든다거나, 기계공학의 힘을 빌어 코끼리를 넣을 수 있는 큰 냉장고를 제작한다는 게 그 예다. 발상의 전환과 상식의 전복이 웃음 코드다. 그렇다면 ‘방 안의 코끼리’는 어떻게 밖으로 내보내야 할까.

방 안의 코끼리는 애써 피하려고 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상황,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크고 무거운 문제다. 피식 웃고 지나갈 유머가 아니라 꼼꼼하게 따져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할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를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로 규정하며 “9월까지 특정금융정보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폐쇄될 수 있다”고 말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에 올라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는 청원에는 26일 현재 13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코인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은 위원장 발언은 정부 기본 입장의 재확인이다. 그럼에도 은 위원장 자진사퇴 촉구 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 돌파를 향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 2018년 비트코인 열기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정부 태도에 대한 2030세대의 불만이 있다. 가상화폐 열기가 세계적인 흐름이고, 하루 거래대금이 20조 원을 넘을 만큼 이 시장에 돈과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면 당연히 정부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년 동안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는 논의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으니 방 안의 코끼리를 두고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2030세대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속내는 복잡하다. 정상적인 사회생활로는 집 장만도 결혼도 불가능하다고 여기며, 가상화폐 급등세에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조급한 마음이 읽힌다. 불과 3개월 사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배나 늘었고, 신규 가입자의 63.5%인 158만5000여 명이 2030세대다. 이들을 비싼 값을 치르고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나 보다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더 큰 바보’로 만들어선 안 되는 책임이 정부에 있다. 물론 어떤 투자든 본인이 감당해야 하지만.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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