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불법 주·정차를 계도하거나 단속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법규에 의거해 불법이나 탈법을 단속하는 일은 쉽지 않다. 두루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국민의 준법정신이 희박하고 공권력이 미약해서 단속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언제 어디서 공권력에 도전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만날까 싶어 두렵기 때문이다.
교통 무질서 현장에서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다 보면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법 위에 떼법이 있고, 떼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법규에 의거해 일을 하려 해도 막무가내 저항은 줄어들 줄 모른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처럼 법규를 어긴 사람이 되레 큰소리치니 말이다.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면서 운전자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을 살펴보자면 첫째가 공영주차장은 만들어 주지 않고 단속만 한다는 항의다. 하지만 신발을 사면 신발 주인이 신발장을 마련하듯 자동차 보관 장소인 차고지나 주차장은 자동차를 보유한 운전자가 마련하는 게 상식이다.
둘째는 자동차를 댄 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단속한다는 불만이다. 단속돼 과태료를 부과 받은 운전자 처지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지만 단속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댄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 운전석에 운전자가 없으면 바로 단속 대상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내 집이나 내 가게 앞에 자동차를 대는데 단속한다는 불평이다. 내 집이나 내 가게 앞은 개인의 땅이 아니고 공공의 땅이다. 누구나 공통으로 쓰는 공공의 땅을 자동차 주인이 전세 낸 것이 아니므로 불법 주정차 하면 당연히 단속 대상이 된다.
넷째는 다른 자동차는 단속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동차만 단속했다는 항의를 자주 듣는다. 단속하는 사람은 자동차 주인이 누구인지 모른다. 오로지 불법 주·정차 그 상태만 보고 단속한다. 운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원수진 것도 아닌데 왜 그 자동차만 단속하겠는가? 단속원이 단속 현장을 떠나기 무섭게 다른 자동차가 다시 불법 주정차 하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땅에 인구가 많고 자동차도 많으니 교통질서는 언제나 최악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교통사고 왕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교통질서 가운데 주정차질서가 가장 문란하다.
자동차를 끌고 밖으로 나기기 전에 목적지의 주차장 유무를 미리 파악해 주차장에 자동차를 대고 여의치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낫다. 좀 멀더라도 주차장에 넣고 운동 삼아 걸으면 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잠시 일 보려고 자동차를 대더라도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이면도로를 이용하는 성숙한 정신이 필요하다.
불법 주정차 단속은 늘 단속원과 운전자가 벌이는 숨바꼭질이다. 쫓고 쫓기는 일의 되풀이다.
불법 주정차 단속원으로서 나라의 교통 체계가 선진화되고 국민의 질서의식이 성숙해 대한민국이 초일류 문명국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의 교통정책이나 시스템도 이제는 선진국처럼 진화해야 한다. 주차장을 갖춘 사람만이 자동차를 구입하게끔 하는 차고지증명제를 분명히 시행해야 한다. 공동주택이나 상가건물은 반드시 가구 수나 상가 수 이상으로 주차장을 확보해야 허가를 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부산 서구 교통행정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