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형 경찰 치안서비스 업무를 총괄할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 진용이 갖춰져 3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기존 중앙집중식 경찰 조직이 올해부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 된 데 따른 조직 구성이다. 임기 3년의 합의제로 운영되는 위원회는 부산 자치경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자치경찰제가 지방분권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까지 지자체가 담당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이번 초대 자경위의 역사적 책임이 막중하다. 자치경찰제의 연착륙이야 말로 지방자치의 한 단계 진보를 가름할 척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제도의 조기 정착에 총력을 모아야 함은 당연하다.

자치경찰 분야에서 경찰을 지휘·감독할 조직이기에 위원 7인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들의 전문성과 객관성, 비정파성 등에 따라 성공과 실패 여부를 예상해 볼 수 있어서다. 정무 1급의 차관급인 초대 위원장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추천을 받은 정용환 전 부산경찰청 보안과장이 맡는다. 정 위원장은 경찰간부후보 31기로 33년간 경찰에 재직한 ‘기획통’으로 평가된다. 그 외 6명은 상공계와 학계 법조계 등 출신으로 구성됐다. 박수관(와이씨텍 회장)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과 전용범 변호사, 강영길 전 부산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박노면(경찰행정학과) 초빙교수, 백상진(경찰행정학과) 부산외대 교수와 부산지방변호사회 진동열 부회장 등이다.

위원회는 7월 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정식 시행될 때까지 시범 운영기간도 거친다. 이 기간 준비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우선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보호 및 범죄 수사, 교통관리, 경비 등 자치경찰이 맡는 분야의 정책 수립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또 각종 강력·지능형 범죄 수사와 정보·외사·보안·대테러 등의 임무를 맡는 국가경찰과의 원활한 협조 및 정보·통계 공유, 경찰과 지자체의 유기적 협력관계 조정 등에 대한 준비도 차질없이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도 적지않다. 특히 경찰 출신이 위원장을 맡은 것은 의문부호가 붙지 않을 수 없다. 경찰 조직의 비대화를 막고, 권한을 지방정부에 나누기 위해 시행된 제도의 취지를 감안할 때 적절하다고 보기 힘들다. 경찰과 지자체간 의견 충돌시 경찰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논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의 전문가라는 정 위원장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한 합리적 의심이다. 앞서 위원장이 결정된 대구 광주 대전 강원 충북 등지에 경찰 출신이 없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자치경찰 주요 업무가 여성·청소년 분야인데 여성 위원이 없는 점 역시 성 다양성 측면에서 아쉽다. 그럼에도 초대 부산 자경위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 또 하나의 ‘옥상옥’ 권력기관이 아니라 시민에게 봉사하는 치안서비스 기관이 돼야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통해 여러 가지 우려를 불식시키고 전국 최고 자경위로 자리잡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