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 이상이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
  •  |   입력 : 2021-05-06 19:20:0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치권에서 주로 거론되는 기본소득은 ‘진성’ 기본소득이 아니다. 기본소득의 본질적 비전·목적의 달성과 무관하고 기본소득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포퓰리즘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기본소득을 매개로 국민을 속이거나 진실이 아닌 것을 현혹적으로 선전하는 질 낮은 정치를 통칭한다. 지금 한 쪽에는 이재명 지사의 ‘가짜’ 기본소득, 다른 쪽에는 보수 야당의 ‘짝퉁’ 기본소득이 있다.

기본소득은 국민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한다는 당위적 차원의 일반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만인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철학적 지향과 목적을 가진 고유 담론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보편성·무조건성·개별성·정기성·현금성·충분성 원칙을 요건으로 설정했다. 즉,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게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매달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현금을 개인 단위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완전기본소득이 되려면 GDP의 25%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GDP 2000조 원의 25%인 500조 원을 국민 모두에게 배분하면 1인당 월 80만 원씩 돌아간다. 그런데 연간 국세 수입이 295조 원인 상황에서 500조 원의 조달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완전기본소득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GDP의 10~15%를 지급하는 부분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연간 200조~300조 원이 필요하고, 모두에게 월 32만~48만 원씩 돌아간다.

국민기초생활보장 ‘1인 가구’의 현금 급여가 최대 월 80만 원이므로 부분기본소득 월 32만~48만 원으로는 이를 완전 대체하지도 못한다. 게다가 연간 재정 200조~300조 원의 추가 조달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도입된다고 해도 보편적 복지국가의 발전과 재정적으로 경합하므로 지속되기 어렵고, 완전기본소득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기본소득은 보편적 무조건성 원리에 따라 현금을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므로 사회적 위험이나 복지 필요에 대응하는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 원리에 비해 재정 지출의 경제·복지 효과가 크게 열등하다. 그래서 상식적인 정치인이라면 기본소득을 정치의제로 들고 나오진 않는다. 다만, 기본소득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세력은 얼마든지 ‘진성’ 기본소득을 주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가짜’ 혹은 ‘짝퉁’ 기본소득이 정치권을 덮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연간 20만 원으로 시작하고, 매년 증액해 수년 내에 연간 50만 원까지 만들면 재정 부담은 10조~25조 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편다. 10조~25조 원은 완전기본소득 500조 원의 2~5%에 불과하며, 모두에게 월 1만6600~4만1600원씩 돌아간다. 푼돈을 지급하는 ‘가짜’ 기본소득이다. 게다가 이 지사가 일반회계에서 재원을 조달한다니,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에 투입될 소중한 재정 10조~25조 원이 푼돈으로 흩어진다. 엄청난 해악이 아닐 수 없다.

이 지사는 보수 야당의 기본소득은 선별적 복지이므로 ‘짝퉁’이라고 수차례 비판했다. 보수 야당의 기본소득은 김세연 전 의원의 우파 기본소득을 제외하면, 저소득 가구의 청년들만 지원하는 선별적 청년기본소득과 안심소득 정도인데, 이것들은 기본소득의 핵심 요건인 보편성·무조건성 원칙을 위배했기 때문에 ‘가짜’ 기본소득이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의 전직 경제 관료들이 ‘음의 소득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것들도 기존 보편적 복지국가 방식에 비해 재정 지출의 경제·복지 효과가 열등하다. 다만, 야당에서 기본소득과 구분되는 ‘안심소득’과 ‘음의 소득세’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는 기본소득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재난지원금을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 원리가 아니라 기본소득 원리에 따라 부자·빈자를 가리지 않고 10만 원씩 획일적으로 지급한 것은 재정 지출의 경제·복지 효과를 열등하게 만든 잘못된 정치다.

또한,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하고 강력한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도 틀렸다. 진실은 그 반대다. 국민행복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국가의 혁신적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열고 있다.

설상가상, 경기도는 ‘대통령 소속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 설치’ 입법안을 이달 중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가짜’ 기본소득의 둥지가 될 지도 모른다. 이는 정말 두렵고도 망신스러운 일이다.

민주당은 ‘기본소득 포퓰리즘’을 거부하고, 당론인 보편적 복지국가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작동 원리가 다른 두 제도를 같이 품겠다는 것은 위선이며,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선진 복지국가 어디서도 이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치열한 당내 토론을 통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4. 4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5. 5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6. 6“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7. 7‘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8. 8올해 7개월간 ‘사이버 도박’ 검거 10대 267명…작년 전체보다 많아
  9. 9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10. 10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3. 3[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4. 4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5. 5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6. 6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7. 7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8. 8[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9. 9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10. 10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3. 3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4. 4[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인프라도 지원할 것”
  5. 5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6. 6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7. 7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8. 8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9. 9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0. 10[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4. 4“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5. 5‘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6. 6올해 7개월간 ‘사이버 도박’ 검거 10대 267명…작년 전체보다 많아
  7. 7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8. 8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9. 9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10. 10[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 1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2. 2[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3. 3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4. 4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7. 7[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8. 8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9. 9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10. 10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