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 특히 중국 관광객이 영국을 찾을 때 빼놓지 않는 일정 중 하나가 도자기 산지다. 따지고 보면 도자기 기술을 전해준 나라가 이를 받은 국가에서 주머니를 여는 셈이니 그리 흔쾌한 일은 아니지만 ‘핫한’ 아이템을 어디 논리로 이렇다저렇다 할 수 있을까 싶다. 홍차의 나라로 불리는 영국에서 차도 사고 도자기도 구입했으면 여행 만족도가 120%란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탓에 접었던 영국 여행을 게임 체인저라는 코로나19 백신 덕분에 조심스럽게 꿈꿔볼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영국 여행에서나 주고받을 법한 ‘웨지우드’, ‘로열달튼’이라는 브랜드가 들린다. 영국을 대표하는 도자기다. 대한민국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 꼭 집어 나온 이야기다.
영국에선 먼 이국 땅에서 전해져 온 차가 궁정과 귀족 사이에서 인기를 얻다 점차 영국풍으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한 ‘오후 차 한 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다. 이것이 하루에 아침 식사 뒤 점심을 건너 뛰고 저녁 식사를 하던 습관에서 유래했다니 이채롭다. 19세기 한 귀족 부인이 저녁을 먹기 전 배고픔을 느껴 차와 간식거리를 시켰고, 오후에 손님이 찾아올 때 이를 대접했다는 것. 오후에 홍차를 스콘이나 케이크 등과 함께 나누는 사교의 시간, 생활의 여유인 애프터눈 티의 출발이다.
좋은 건 널리 번지는 게 이치다. 귀족 취미가 중산층으로 이어지고 산업혁명을 맞은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됐다. 이름하여 ‘티 브레이크’(Tea Break)다. 애프터눈 티가 영국의 일상이 되는 과정이다. 이게 우리나라에 퍼져 웬만한 호텔에선 고객을 모으는 효자상품 역할을 하고, 주부들이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차 한 잔 하는 것이 낙이란다.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면 차와 함께 도자기가 필요하다. 그 도자기 탓에 사달이 났으니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그 부인이다. 지난 4일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영국서 근무할 때 부인이 사 모은 ‘웨지우드’나 ‘로열달튼’ 등 브랜드 도자기가 거론됐던 것이다. 박 후보자는 재산이 마이너스 161만 원이라고 신고해 눈길을 끌었던 전문 관료 출신이다. 그는 “카페라도 운영하려는 욕심에 너무 많은 물량을 산 것“이라며 부인의 소박한 노후 설계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그런데 모두 유명 브랜드는 아니라지만 수량이 너무 많고, 실정법 위반 여부가 논란이다. ‘오후의 여유’와 ‘여유로운 노후’ 사이에 그의 장관 임명 여부가 오리무중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