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 면제 의사를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지재권 면제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인 무역대표부(USTR)도 이날 성명을 통해 “코로나 대유행을 종식하기 위해 백신에 대한 보호 면제를 지지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를 확인했다. 지재권 면제란 코로나 백신에 관한 특허권을 한시적으로 풀어 복제약 생산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USTR는 조만간 세계무역기구(WTO)와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속한 합의로 코로나 극복의 최대 장애요인인 부국과 빈국 간 백신 접종 양극화를 해소할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당초 지재권 면제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입장을 바꾼 건 백신 양극화를 방치하다간 코로나 극복을 기약하기 힘들어진다는 판단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세계에 공급된 86억 회분의 백신 중 53%가 부국의 몫이고, 빈국에겐 8.9%(7억7000만 회분)만 할당됐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90여 빈국은 2023년까지도 집단면역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접종을 완료한 부국의 집단면역도 장담할 수 없다. 빈국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의 코로나 경제위기도 지속된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영국 EU 등 백신 개발국가만 백신을 접종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전세계적으로 1조2320억 달러(1478조 원), 미국은 1270억 달러(152조4000억 원)가량 줄어든다. 그런데 중위국까지 백신을 접종하면 GDP 감소액이 각각 1530억 달러, 160억 달러로 축소된다고 한다. 부국의 생존을 위해서도 지재권 면제를 통한 백신 양극화 해소가 필요한 이유다.
백신 제조회사들이 반발하지만,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등 대다수 백신이 미국에서 개발된데다 미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한 터라 한시적 지재권 면제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도 복제백신 생산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과 유사한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 생산 중이어서 지재권만 풀리면 복제약을 만들 수 있다. 선호도가 높은 화이자 백신의 경우 mRNA란 신기술이 적용돼 복제약을 생산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이지만, 국내에 관련 요소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있어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관건은 정부 지원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으로선 시장성이 불투명한 백신 생산에 선뜻 나서기 어려워서다. 백신 확보는 민생과 경제의 존립을 가름하는 중차대한 사안이 만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총성만 울리지 않을 따름이지, 우리는 지금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를 바이러스를 막을 방패라곤 달랑 마스크 한 장뿐이다. 백신 구매에 실기한 탓이다. 백신 지재권 면제 기회에는 실기해선 안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