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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의 페미니즘을 읽다①] 연재를 시작하며

성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부산시 기획

저자 전문가와 함께하는 페미니즘 읽기

  • 국제신문
  •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  입력 : 2021-05-08 07: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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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이 부산대 오정진 교수와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 방송 ‘페미니즘을 읽다’를 진행하고 그 방송에서 다룬 책과 방송 뒷 이야기를 소재로 한 ‘페미니즘을 읽다-책과 방송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를 하게 된 부산시 감사위원장 류제성입니다.

‘감사위원장이, 그것도 남자가 왠 페미니즘? 게다가 방송까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첫 번째 계기는 여전히 많은 분들에게 충격과 상처로 남아 있을 지난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실 시인과 사퇴였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변성완 당시 권한대행은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공공 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을 논의해 발표했습니다. 그 중 핵심이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징계는 물론 예방 정책, 교육 및 홍보까지 포괄해서 전담하는 팀을 감사위원회 내에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여성가족과의 한 팀에서 팀원 한 명이 다른 일하면서 하던 일이었습니다.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성희롱·성폭력 근절은 물론 어떤 정책도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은 채 목소리만 높여서는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오 전 시장 사건 전에도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있었습니다. 공약사항이기도 했고 여성가족개발원을 중심으로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1여 년간 의견 수렴과 연구를 거쳐 도출해 낸 안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선 순위에서 밀려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가 오 전 시장 사건을 계기로 급속히 진행되어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이라는 이름의 팀이 만들어졌고 해당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전문가를 채용해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안이 먼저 실행돼 정책이 강력히 추진되었다면 좀 달라졌을까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후는 달라야 합니다. 같은 일이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엄청난 부담감과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다루던 분야가 아니다 보니 이런저런 자료를 찾고 책을 뒤져야 했습니다. 자연히 페미니즘을 다룬 책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성희롱·성폭력은 다른 성에 대한 범죄이자 가해자와 피해자가 속한 사회나 조직의 위계적이고 억압적이며 차별적인 인식 제도 문화 관행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드러내는 페미니즘의 관점 없이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특별한 취미나 장기가 없어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그렇게 열심히 찾아 읽지는 않았는데 좀 바뀐 것이지요. 책은 우리가 갇혀 있는 좁은 세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통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안타깝게도 많은 오해와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한정된 파이를 놓고 좀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남성과 싸우려는 이론이 아닙니다. 여성만의 권리와 몫을 늘리려는 운동도 아닙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구조와 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모든 형태의 부당한 차별, 억압, 배제, 폭력, 혐오를 없애기 위한 도전이자 실천입니다. 당연히 읽고 배울 가치가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 책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고 이 좋은 책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유튜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영상보다는 텍스트가 훨씬 편한 구세대입니다. 책과 관련된 팟캐스트는 많이 듣지만 북튜브는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간혹 강의를 들은 적은 있는데 그럴 때도 화면은 보지 않고 소리만 들었습니다(그러다 딴 생각하거나 잠 들거나 하지요). 그럼에도 좀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과연 이런 방송을 얼마나 볼까? 잘 할 수 있을까? 예산도 부족한데 예산 낭비가 아닐까? 고민하던 중 부산참여연대에서 참여티비 스튜디오를 무료로 제공해 주기로 했고 참여연대 회원인 박찬형 감독님이 흔쾌히 아주 싼 비용으로 촬영과 편집을 맡아 주어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란껍질두개골원칙
디어마이네임
첫 방송은 호주의 재판연구원 출신의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재판연구원으로서 법정에서 목격한 성범죄에 대한 사법제도의 모순과 불합리를 고발하고 자신의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 정의를 실현하기까지의 지난한 법정 투쟁을 기록한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말하고 싸우고 연대하기 위해 법정에 선 성폭력 생존자의 사법 투쟁기, 브리 리 저, 송예슬 역, 카라칼출판사, 2020년 04월 출간’, 두 번째 방송은 첫 책과 유사한 성격의‘디어 마이 네임 :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저, 성원 역, 동녘출판사, 2020년 06월 출간’을 소재로 법여성학, 법철학, 법사회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오정진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과 함께 촬영했습니다.

모든 여성은 같은 투쟁을 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유죄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1회 방송을 보면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불안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2회부터는 훨씬 편해졌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남성인 저 혼자서는 미처 파악하기 어려웠던 지점에 대한 전문가의 통찰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혹시 1회만 보시고 실망하지 말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금만 더 보아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3회는 ‘모든 여성은 같은 투쟁을 하지 않는다 - ‘모두’의 페미니즘에서 누락된 목소리, 미키 캔들 지음, 이민경 옮김, 서해문집, 2021년 3월 출간’의 번역자 이민경 선생님, 4회는 ‘아주 오래된 유죄 -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김수정 지음, 한겨레출판, 2020년 11월 출간’의 저자 김수정 변호사님과 촬영할 예정입니다.

예산이 충분치 않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이번 시의회 회기에 예산이 추가편성되지 않으면 5회 방송부터 촬영할 수 없게 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있다면 좀 더 길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방송과 연재로 제가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이 좀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린다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뜨겁고도 생산적인 논쟁이 일어난다면 더 바랄 바가 없겠습니다.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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