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가 어제 자진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부인의 고가 도자기 불법 반입 및 판매 의혹으로 야당으로부터 ‘부적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지난달 16일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5명을 소개하며 박 후보자를 “해양 수산 물류 분야 굵직한 해양수산 정책 수립을 주도했으며 해양수산 분야에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다”고 추켜세웠다. 정작 박 후보자는 2015∼2018년 영국에서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파견 근무하는 동안 부인이 찻잔과 접시 세트 등 도자기를 다량 구매한 뒤 ‘외교관 이삿짐’으로 반입한 것으로 드러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낙마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부터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총리로 발탁하고 5개 부처 장관 개각을 단행한 건 4·7 재보선 참패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적 쇄신의 일환이다. 특히 5개 부처 장관을 관료 및 전문가로 채우며 사실상 마지막 내각 진용을 꾸린 것은 유 비서실장 말마따나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가기 위함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박 후보자를 비롯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딱지를 붙였다. 정의당도 박 후보자와 함께 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 마당이다. 청와대가 강조하는 국민 체감과 야당이 지적하는 국민 눈높이 사이에 그만큼 차이가 크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태도를 비판했고, 이튿날인 11일 박 후보자 등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그 시한이 14일이었으니 결국 공이 돌고 돌아 박 후보자의 결단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청와대가 “남은 청문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그 예다. 그래서 청와대 인사 검증의 책임을 박 후보자 본인이 떠안고,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수습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박 후보자 사퇴에 더해 임 후보자와 노 후보자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는 국민의힘도 균형을 찾아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 말처럼 지난 4년보다 중요한 1년이자, 여야 모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다. 코로나19 사태의 극복과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등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다. 그 일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책임이 문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면 박 후보자 사퇴를 계기로 면모를 일신해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은 정치권의 역할이다. 청와대와 여야가 얼마나 협치에 힘쓰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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