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을 부산에 유치해야 한다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부산시민의 문화 향유를 위해 주요한 사업일 수 있겠으나,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부산시장이 가장 먼저 나서야 하는 것은 공공의료 확충이어야 하지 않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의 공약이기도 한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가 난항을 겪는 와중에도 한마디 언급이 없는 모습에 유감을 표한다. 오히려 첫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방역수칙을 방역 규제로 언급하는 등 방역정책에 대해 역행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며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부울경 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부산시장의 공공의료에 대한 무관심은 큰 걱정과 우려를 남긴다.

부산지역 보건의료단체는 지난달 6일, 보건의 날과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시장님, 첫 번째 업무는 공공의료 강화입니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유흥업소발 지역 감염이 심상치 않았고, 백신 접종과 선별검사를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간곡하게 부산시장에게 요구하는 성명이었다. 성명의 핵심은 공공병원 설립이었고, 부산시장 후보들 역시도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하며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가 당연하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취임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박 시장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는 미래혁신위원회의 주요 과제에서 보이지 않는다. 최근 침례병원 부지의 소유자는 민간 매각 의사를 밝혀왔고 정부의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 침례병원이 제외됐다. 동부산권의 의료 공백이 오래가다 못해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도 침례병원 부지의 매입비용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쳐 건강보험공단 보험자병원으로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인 공공병원 유치의 노력이 필요하다. 오히려 지난 6일 부산시의회 본회의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부지 매입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면 민간 매각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부산시가 직접 나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투기 목적으로 매각되지 않도록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며, 용도 변경을 불허하는 입장과 공공병원 추진 의사를 다시 한번 강하게 밝혀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자병원 유치의 주체는 누가 뭐라 해도 부산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공공병원의 필요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백신을 접종하면 방역수칙을 소홀히 여기면서 거리두기 효과가 감소하는 반면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변이하게 된다. 즉, 치명률을 낮추거나 집단 확산을 일부 막을 수 있더라도 감염병을 차단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직도 우리는 몇 년간 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할지 모르는 시대에 있다. 그만큼 역학조사와 치료의 역량은 강화돼야 하고 또 유지돼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정책의 1순위는 단연코 공공의료 강화이다. 지금처럼 보건소와 부산의료원을 비롯한 보건의료노동자의 희생으로만 유지돼선 안 된다. 인력확대와 공공병원 설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여전히 유효하다.

부산은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이전부터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높은 도시였다. 건강 수준과 공공의료가 최하위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기대수명과 사망률을 비롯해 각종 건강지표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으며 공공병원은 전국 평균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내 최초로 민간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도시이며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를 민관 협력으로 지난 3년간 치열하게 진행해온 도시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부산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시장은 본인이 공약했던 내용을 기억해 부디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를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 부산시민에게 절실한 것은 공공병원 유치다.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