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부럽다. 되게 역동적이고 왠지 생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그런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속도 좀 쓰린 측면이 있다’. ‘언제 저렇게 괄목상대해졌을까. 정말 놀랍고 부럽다’. ‘정말로 놀라면서 보고 있다. 한편에서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무서운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예상 외로 선전하자,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 인사들의 속내가 복잡미묘한 모양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를 차지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때 부는 미풍이겠거니 했을 터이다. 과거와는 달리 야당 대표 경선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모습에 그저 부러워하는 정도였겠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놀라움은 부러움으로, 부러움은 무서움으로 바뀌어갔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무섭기까지 하다니 그 위기감을 짐작할 만하다.
이른바 ‘이준석 돌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36세 0선 중진’이란 말에서처럼 우리 정치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다. 그것도 도무지 변할 것 같지 않던 보수야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여야를 떠나 모두 화들짝 놀라는 게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전 최고위원이 최종적으로 당 대표에 당선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방송 출연이나 SNS를 통한 높은 인지도에 기댄 거품일 뿐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의정 경험이 전무한 그가 내년 대선을 이끄는 당의 수장으로 적합한가에 대한 회의론도 크다. 하지만 이런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세대교체와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 싶다.
당장 국민의힘 스스로도 속내가 복잡할 듯하다. 당 대표 경선이 전국민적으로 흥행몰이를 한 것이야 반길 일이지만, 자신들도 예상 못한 결과에 어안이 벙벙할 법도 하다. 아무리 민심이 투영된 결과라고는 해도 현실정치가 한때 불어닥친 바람만으로 쉽사리 바뀔 수 없는 탓이다. 더구나 다른 때도 아니고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 선거 아닌가. 예비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계파 갈등은 그런 위기감의 발로다. 당 대표 경선에 불어닥친 신선한 바람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중진들의 구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유례가 없는 일에 이 정도의 진통이야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본경선 과정에서 모처럼의 쇄신 기회를 살려나가느냐, 과거로 회귀하느냐는 오롯이 그들 전체의 몫이다.
사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이준석 돌풍’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민주당이지 싶다. “누구도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 (이준석) 돌풍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전체 여권이다.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라도 이 후보를 끌어내리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한 여권 인사의 말은 그 방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러움을 넘어 무서움을 느낀다는 게 괜한 엄살은 아닌 것이다. 젊은층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해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혁신 이미지를 야당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초조함이다. 이미 4·7 재보선에서 그 징후는 뚜렷이 드러났다. 과거 민주당의 굳건한 지지층이던 20대가 핵심 반대층으로 등을 돌렸다. 단순히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등의 실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변화의 바람에 둔감했던 결과다.
‘이준석 돌풍’은 이준석 개인에만 기댄 현상도 아니다. 비록 컷오프됐지만,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김웅 김은혜 등 초선 의원의 선전은 그 바람을 더욱 거세게 휘몰아치게 했다. 이들 ‘신진 3인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당내 거센 변화 바람을 주도했고, 흥행몰이는 물론 이슈 선점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어땠나. 4·7 재보선 패배 직후 당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한 초선 의원 5명은 ‘초선 5적’으로까지 몰렸다. 민심과 따로 노는 당심에 휘둘리며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흥행도, 감흥도 없이 끝났다. 한때 신선한 바람의 주역이었던 ‘86 그룹’은 쇄신은커녕 요지부동의 수구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송갑석 의원이 최근 의원총회에서 공개한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당이 의뢰해 성인 남녀 그룹을 상대로 실시한 집단심층면접 조사 결과 당 이미지로 내로남불(2위), 거짓말(6위), 성추행·성추문(7~8위) 등이 상위에 올랐다. 전체적으로는 ‘독단적이며, 말만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른, 성과 없는 40~50대 남성’으로 인식됐다. 스스로 해답도 제시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지지층 결집은 필요조건일 뿐 폭이 넓어진 중도층 견인이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이 또한 그동안 숱하게 지적된 사안이다. 어느새 ‘꼰대 정당’ 이미지가 각인된 민주당이 ‘이준석 돌풍’을 진정으로 두려워한다면 답은 자명하다. 분석과 보고서만 남발하고 있기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장재건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