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이 급기야 태풍이 되어 정치권을 덮치자 낡은 정치질서가 일순간에 휘청거리고 있다. 36살 제1 야당 대표 탄생은 기존 정치 질서를 송두리째 뒤집어버렸고, 대한민국 정치판 전체에 쓰나미급의 파란을 몰고 왔다.
이준석 돌풍의 진원지는 여당의 위선·무능·내로남불과 제1 야당의 무능·무사안일이다. 거기에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보수 진영의 위기감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더해졌다. 국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권의 혁신을 갈망해왔고, 이준석 대표가 그 물꼬를 튼 것이다.
핵심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자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내지 탄핵이다. 민심의 밑바닥에는 ‘바꿔야 한다’ ‘갈아엎어야 한다’는 용암이 들끓고 있었고, 이준석이 화산을 폭발시킨 것이다. 기성 정치권이라고 모르지 않았다. 애써 외면했고, 그럴 의지와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는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세대교체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지난(至難)한 과업이다. 1971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1969년 11월, 41세의 젊은 YS는 ‘40대 기수론’을 외치면서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서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당 원로와 중진은 ‘보수 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여 외면했다. 당시 유진산 신민당 총재는 “입에서 젖비린내가 나는(구상유취·口尙乳臭) 아이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깎아내렸지만, 40대 기수론에 대세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이철승 등 40대 의원들이 속속 합류했고, 결국 이철승과 손잡은 40대의 DJ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YS의 40대 기수론은 당시 정치권을 혁명적 변화로 이끌었고, 지금도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준석 돌풍 초반, 국민의힘 당권 후보군은 “뒷산을 오를 실력”이라고 평가절하했고, 민주당 정세균 전 총리는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말로 정치 위계질서를 언급했다가 ‘꼰대’ 소리까지 들으면서 혼쭐이 났다. YS의 40대 기수론 당시 당 원로들의 대응과 다르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층은 극심하게 저항했던 것이다. 결국, 이준석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젊은 태풍’을 우리나라 정치풍토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대교체를 뛰어넘어 정치교체도 이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의 주인공인 2040이 앞장서야 한다. 이준석 대표는 당선 후 인터뷰에서 “기득권에 강한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한 번 갈아엎을 때도 됐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낡은 586이 언제까지나 우리 정치의 주역이 될 수 없다. 한때는 ‘젊은 피’였던 586 정치인은 어느덧 ‘꼰대’ 소리를 듣고 있다. 586이 이끄는 낡은 정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우리 정치 질서를 재건하는 첫 단추다.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죽기살기식 진영 정치를 종식하려면 사람을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나이와 선수(選數)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성 정치인이 신진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장강(長江)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이, 어느 한때는 ‘새 피’로 수혈된 사람이지만, 이제는 구세대가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기성정치인이 스스로 ‘갈아엎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젊은 세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비주류’에서 스스로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청년은 ‘정치 약자이니 울타리를 만들어 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나설 때다. 이준석 대표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직접 참여할 기회가 왔다. 내년 지방선거가 1차 관문이다. 마침 이준석 대표는 ‘공천 자격시험’과 ‘토론배틀’을 도입하겠다고 했고, ‘밀실 공천 쇄신’도 약속했다. 자격시험이 올바른 방향이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젊은 도전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국민의힘이 혁신 공천에 나설 경우 민주당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PK 정치권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보다 PK 정치인의 아성은 훨씬 견고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보여준 PK 정치인의 ‘실력’은 밑천을 드러냈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발전이 더디고, 수도권에 치이는 것은 정치권의 경쟁력과도 무관치 않다.
PK 지역의 MZ세대 ‘젊치인(젊은 정치인)’에게도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행스럽게 부산에서도 ‘이준석 대표’에 충격받은 또래 정치지망생의 도전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제 지역에서도 세대교체를 대세로 끌어나가야 한다. ‘제2의 이준석’을 PK 정치권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젊치인’의 겁 없는 도전을 기대해본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