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권후보 경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1강 구도에서 이낙연 전 당대표가 가세한 2강 구도로 조정되면서 상호비방전은 ‘적통(嫡統) 경쟁’으로 옮아붙었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하면서 시곗바늘을 17년 전으로 되돌렸다.
대권 경쟁이 국민이 아닌 친문(친문재인)을 향한 환심 사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고, 미래가 아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국가 운영 능력과는 관계가 먼, 노무현·문재인 두 전 현직 대통령과 누가 더 ‘척(隻)을 진 관계’인지를 까발리는 검증이 시작됐다. 백번 양보해서 후보 개인을 둘러싼 네거티브라면 검증 차원으로 인정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 비전이 아닌 상대방의 ‘적통 깎아내리기’에 더 눈을 돌리는 모양새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임기 말까지 40%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에서 ‘친문 적자(嫡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를 확정함에 따라 구심점을 잃은 친문 진영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적통경쟁은 ‘누가 누구의 직계 계보냐’는 것이다. 말하자면 민주당의 전통에 대한 적통이 아니라, 친노·친문 계보의 적통성을 누가 더 이어받았느냐는 경쟁이다. 시대를 거슬러 신라 시대 성골·진골이나, 조선 시대 서얼(庶孼·양반의 자손 가운데 첩의 소생) 논쟁을 방불케 한다는 비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예비경선 과정에서 열세에 몰려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꺼내든 ‘적통론’을, 유력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어받으면서 ‘피아(彼我) 구분’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핵심 친문 진영으로부터 외면받아온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서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면서 ‘적통론’에 반격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이 전 대표가 찬성표를 던진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을 붙인 것이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민주당의 적통인 이낙연 후보를 흔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딱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2007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정동영 후보 진영에서 활동했던 부분까지 끄집어내 역공에 나섰다. 여기에 나머지 주자들이 가세하면서 적통론 시비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어쨌거나 이 지사 입장에서는 ‘형수 욕설’과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된 ‘바지 발언’ 등에 쏠렸던 시선을 ‘노무현 탄핵 책임론’으로 돌리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0%대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범야권의 대세론을 형성해나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 하락세도 ‘반(反)문재인’에 관한 언행에 치우치면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작됐다.
지난 21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옹호도 집권당 대권 주자답지 못하다. 구심점을 잃은 친문 표심을 거둬들이기 위한 환심 사기 경쟁이기는 하지만, 사법적 결론을 무시한 것은 정도를 벗어났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김 전 지사의 진실을 믿고 있다”(이낙연), “조그마한 댓글 조작”(이 지사 캠프대변인 박성준), “증거 우선주의 법 원칙에 위배”(정세균), “법원 판결 이해 안 가”(김두관)….
‘민주주의 질서 파괴행위’로 결론 내린 대법원의 판결에 관한 존중은 없었고,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때는 “국기 문란 범죄”라고 입을 모았을 때와는 너무나도 판이한 반응이다. 심지어 추미애 당대표 시절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함으로써 김 전 지사가 결국 구속수감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책임론’ 공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범죄를 들춰낸 데 대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내부 경쟁이 국민이 아니라 친문 진영에 눈을 돌리고, 미래가 아닌 과거로 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7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친노·친문 계보를 따지는 것이 정권 재창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얘기다.
특히 친문 환심 사기 경쟁을 놓고 또다시 ‘우리 편’에 기대는, ‘친문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적폐 몰이’를 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더니, 급기야 자기들끼리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국민은 ‘조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내 편’, ‘네 편’ 편 가르기에 이미 신물이 났다. 코로나 19에다 무더위가 겹쳐 국민의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경선 과정이 짜증을 더해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