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오아시스’. 코로나 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국내로 안전 후송하기 위한 작전명이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이를 공개하며 친절히 그 의미를 밝혔다. 청해부대 활동지역 인근의 환경적 특징을 고려한 것으로 위안·생명 등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안전하게 복귀시키겠다는 의지와 빠른 치유 및 안식을 위한 염원을 담았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오호라, 그렇게 깊은 뜻이…. 이역만리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전염병에 집단 감염된 장병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와 염원이야 당연하다. 집단 감염이야 이미 벌어진 일이니, 사후조치라도 철저히 하겠다는 국방부 뜻까지 폄훼하고 싶진 않다.
다만 뜬금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그 임무가 중요하다고 해도 굳이 이를 공개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점이다. 국방부로선 장병들의 안전 후송이 급선무인 만큼 최대한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군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던 시점이다.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니 최대한 신속하되 조용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게 도리이고 상식적이다. 그러나 군은 국민이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 작전명까지 미리 공개하며 ‘홍보 작전’을 펼쳤다.
국방부의 이상한 ‘홍보 작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 자리에서다. ‘청해부대 34진 긴급 복귀 경과 및 향후 대책’ 이라는 보고서 문건은 상당수가 ‘오아시스’ 작전 홍보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압권은 마지막 부분이다. ‘금번 작전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해외파병 장병들의 무사 복귀를 위해 민관군이 총력을 펼쳐 최단기간에 임무를 달성한 최초의 해외의무수송 사례’라고 끝을 맺었다. 읽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낯이 뜨거운 내용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해외파병 장병들에게 사상 ‘최초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태의 책임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직 민관군이 힘을 합쳐 ‘최초로’ 최단기간에 임무를 달성했다는 자화자찬으로 점철돼 있다.
장병의 건강을 지켜야 할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쳐 놓고, 이 때문에 생긴 엉뚱한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는 이 본말전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더구나 이 날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날이다. 서 장관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관이 국민에게 사과를 한 날 정작 국회에서는 딴소리만 늘어놓은 대한민국 국방부의 상황 판단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장관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구심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서 장관은 사태 초기만 해도 “유감” 정도의 뜻만 표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질타하자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서 장관의 사과에 그다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게 한 두 번이 아니어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서 장관의 사과 표명은 이번까지 벌써 여섯 번째다.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사망 사건부터 동해안 경계 실패, 부실 급식 사건, 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및 장성 성추행 사건까지 잊을 만 하면 고개를 숙였다. 군 여기저기서 종류를 달리하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환골탈태와 재발 방지 약속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온 그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군 기강이 해이해질대로 해이해졌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물론 많은 장병들이 복무하는 군 특성상 크건 작건 불미스러운 일이 없을 수는 없다. 또 지금까지 불거진 사건을 지나치게 일반화해 군 전체를 매도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개월 새 일어난 사건과 사후처리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국민 눈높이와 달리 군 스스로는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축소 또는 은폐하기가 일쑤였다. 폐쇄적인 군 내부의 입단속에만 몰두하며 쉬쉬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이런 군의 고질적인 행태가 바뀌지 않고서는 장관이 아무리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본들 그 진정성을 믿어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작전명 ‘오아시스’까지 미리 공개하며 국방부가 홍보전을 펼친 것은 그 절정이라 할 만하다. 특정 사안이 불거졌을 때 무엇이 핵심인지를 모르는데 해결의 실타래가 풀릴 수는 없다. 국민 눈높이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데도 군은 번번이 다른 길로 갔다. 서 장관 취임 이후 잇따른 사과에도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이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 폐쇄적인 군 내부 문화 탓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급속한 세상 변화에 둔감한 채 그들만의 세상에 여전히 갇혀 있다 보니 악수가 거듭되는 것이다. 결국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의 몫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