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거세다. K-방역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던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무색하게 확진자 수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주요 성과지표(KPI)는 확진자 수, 백신 접종자 수, 완치자 수이다. 이는 관리와 우수한 방역의 표지는 될 수 있으나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위기관리로는 한계를 드러낸다. 코로나19 완치 후의 삶,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육아 공백 및 부담, 경력 단절, 가족 내 문제 등 사회적 문제에 관한 관심과 정책의 부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모습은 암에 대한 접근과도 매우 닮아 있다.
현행 암 관리법은 암에 대한 예방과 치료 그리고 말기 암에 대한 지원을 규정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한국의 암에 대한 KPI는 발생률 생존율 검진율이다. 성과는 훌륭하다. 한국의 우수한 의료 시스템과 건강보험 시스템 덕분에 주요 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018년 기준 70.3%로 매년 증가하고 국민 25명 중 1명이 암 경험자로 집계된다. 특히 경제활동 주요 인구인 20·30대의 암 발병이 증가하는 점과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 이제는 생존을 위한 치료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삶, 즉 애프터케어에 집중하는 관점으로 변화해야 할 때가 왔다.
한국의 암 경험자 사회 복귀율은 30.5%로 OECD 회원국 내 미국(63%) 영국(89%) 일본(70%)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암 치료 이후 경제활동인구가 사회로 복귀하지 못해 생긴 경제손실액은 약 2조 원에 이른다. 이는 한국의 시스템이 질병과 사회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함을 방증한다. 약 10년 전부터 해외에서는 암 ‘치료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주목했다. 인식 개선과 기업 지원 및 RTW(Return to Work)의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 온 것과 대비된다. 일본은 55%의 암 경험자들이 치료 이전과 동일한 임금, 직업 업무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이어간다. 암 등 중증질병 경험자들의 치료 이후 사회 복귀를 위해 연간 3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이며, 이는 저출생 고령화에 제동을 걸고 안정된 사회보장 실현을 목표로 실시한 아베 내각부 시절 ‘1억 인구 총 활약 사회’의 일환이었다.
한국 또한 저출생 고령화, 인구절벽, 고용시장 불안정, 청년과 여성 경력 단절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충분히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고 국가 경제는 물론 직접적인 국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의 암 애프터케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변화는 최근 들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쉼표의 제안으로 암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투병 기간 보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개정 발의된 경력단절여성특별법과 영유아보육법은 치료에 사회적 관점을 더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발의를 앞둔 암관리법 개정안은 암 환자의 취업과 일·치료 병행사회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골자이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복지와 시스템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암 등 중증 질병을 겪은 건강 취약층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국가의 경제적 손실과 국가 성장 동력의 손실을 모두 고려한 조명복지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마련은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부디 차기 정부는 한 문제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고려할 줄 아는 통합적 대응·관리를 하길 바란다.
(사)쉼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