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방은 상당 기간 ‘20% 자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자치의 근간인 지방세 비율을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약속한 40%는커녕 축소조정한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당정은 지난 28일 재정분권특위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2.6 대 27.4로 잡은 2단계 재정분권 추진안을 마련했다. 1단계 재정분권안(73.7 대 26.3)에 비해 지방세 비율이 겨우 1.1% 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공공기관의 지방 추가 이전은커녕 신설 시설 수도권 몰아주기가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재정분권마저 이처럼 지지부진하니 국토균형발전은 사막의 신기루나 다름없다.
2단계 재정분권안은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1%에서 25.3%로 4.3% 포인트 인상해 지방세를 4조1000억 원 확충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다 1조 원의 지역소멸대응기금과 2000억 원의 기초연금 핀셋지원을 더하면 지방재정 확충 규모가 5조3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지역밀착형 국고보조사업의 지방 이양에 들어갈 2조3000억 원과 지방교부세 자연 감소분 8000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지방에 돌아가는 예산은 2조2000억 원에 불과하다. 지방소비세율을 10% 포인트 올려 11조7000억 원의 지방세를 확충하겠다던 당정의 호언장담은 흔적을 찾을 길 없다. 여당은 3단계 재정분권안을 통해 보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 정부의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터라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당정의 수도권 중심주의가 두드러지는 추세여서 더더욱 신뢰하기 어렵다.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 과정에선 장관이 서울 편에 서서 지방의 문화분권 요구를 묵살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는 ‘K바이오랩허브’ 입지 선정 때는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한 곳을 제치고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인천을 택했다. 이뿐인가. 자치경찰제도를 시행하면서 관리를 국가경찰에 맡겨 ‘무늬만 자치경찰’인 역분권 기구를 만들었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추가 이전 공약은 시들해진 지 오래다. 국회의사당 등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약속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이러니 당정에 대한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당정은 다음 달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모여 재정분권 협약식을 가진 뒤 입법안을 만들어 오는 9월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협약식을 갖기 전에 2단계 재정분권안을 수정해야 한다. 당사자인 지자체가 나서야 하는 건 물론이다. 지방세 비율 40%의 당초 공약은 지키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30% 수정안은 이행하는 게 옳다. 현재 226개 전국 기초지자체 중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제대로 못 주는 곳이 46.5%(113개)에 달한다. 이런 형편에 복지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코로나19로 세수는 줄어드니 파산 우려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진정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걱정한다면 재정분권안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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