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기가 겁난다. 라면 채소 과일 등 ‘밥상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허덕이는 서민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물가 당국의 적극적인 안정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정부가 공언한 서민 물가 관리목표(연 2% 이내)는 유명무실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라면값을 평균 6.8% 올린다. 앞서 라면업계 2위인 오뚜기는 이달부터 11.9%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라면값 인상은 식료품 전반의 물가 상승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라면도 값을 올리는데, 우리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동반 인상 심리가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시금치와 상추 가격은 각각 평년의 배와 40%까지 올랐다. 수박(26%), 참외(20%), 사과(20%), 배(51%) 등 과일 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계란(42%) 등 축산물 가격 역시 들먹거린다. 신선식품, 가공식품 구분없이 식자재 가격이 앞다퉈 드높이 공중부양하는 모양새다.
라면값은 국제 밀가루값이 올랐다는 가격 인상요인이 있긴 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외식 기피와 해외 사재기 현상으로 라면 매출과 수익이 급증한 것을 미루어 가격 인상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3억1968만 달러)은 작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2조6398억 원)과 영업이익(1603억 원)이 각각 12.6%, 103.4% 늘었다. 모두 역대 최대치이며, 특히 영업이익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라면값을 큰폭으로 올리려는 건 국민 생활고를 도외시한 지나친 이속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라면업계에 이런 사정을 적시하며 가격 인상을 자제토록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는 정부 또한 비판을 면키 힘들다.
소비자 물가 오름세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인상 도미노 현상을 야기할 우려가 커서다. 그럴 경우 사태가 악화돼 추석 쇠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 비축·계약재배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출하 물량을 늘리는 등 대책을 밝혔다. 전문가 기술지원단을 산지에 보내 농작물 폭염 피해 예방과 생육 관리도 지원키로 했다. 기본 매뉴얼에 속하는 일을 문제가 불거진 뒤 대책이라고 내놓으니 안타깝다. 당분간 폭염은 기승을 부릴 전망이고, 농작물 작황 부진에 따른 가격 추가 상승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 억제는 정부의 당면 최대 과제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소득 감소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물가 억제를 통한 지출 줄이기밖에 더 있겠는가. 말만 ‘물가 관리 비상대책’에 그쳐선 안 된다. 비상한 노력으로 비상한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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