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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의 가치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  |   입력 : 2021-08-03 18:56:2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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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수술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것처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레드룰)이 있다. 반면 긴급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의 경우 서류작성을 나중에 해도 되는 것처럼 특정 상황에는 무시되어도 괜찮은 규칙(블루룰)도 있다. 환자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원칙, 문서화 되어 있지 않지만 모든 의료 종사자가 알아야 할 일반적인 지침, 환자를 돌보는 일이 어떤 행정 업무나 규칙보다 중요해 환자를 돌보다 회의시간에 늦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을 ‘가치기반의 원칙’이라고 한다.
포도나무를 형상화한 예술 작품이 있는 이탈리아 베네토지역의 와이너리.
전통적 마케팅에서 서비스는 표준 운영절차에 의해 만들어지고 제공되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너무 형식적이고 인간적인 교감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가 없다. 기업의 서비스를 표준화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고객 우선의 원칙’을 세워 모든 직원들이 진정으로 가치를 이해하고 독립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보르도와인 전문가 듀이 마크햄 주니어는 와인의 가치를 따지는 7가지 기준으로 와인 생산지, 포도품종, 포도나무 손질 방법, 해당 지역 생산포도의 최대 생산량, 와인양조 기술, 와인의 알코올 함유량, 와인라벨표시 허용 내역 등을 꼽았다. 절대로 지켜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와인의 레드룰이다.

하지만 와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보다 더 큰 와인의 가치가 있다. 와인은 일반적인 음식으로서 뿐만 아니라 농업 산업 의학 종교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와인은 진통제, 수면제, 음료수, 상처를 소독하는 치료제, 와인과 식초를 혼합해 식품을 세척하거나 보존하는 방부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와인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인용되는 ‘프렌치 파라독스(French Paradox)’는 1992년 프랑스 세르쥐 르노 교수가 “포화지방 섭취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데도 프랑스인의 심장병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은 와인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레드와인 구매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을 말한다. 이후 지속적으로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와인이 기분을 좋게 하고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와인을 통해 영감을 얻고 예술 창작 몰두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한 식생활 문화의 변화와 함께 와인을 즐기는 와인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 관습적으로 꼭 지켜야 하는 규칙도 필요하지만 이젠 자신이 행복한 가치를 따르는 문화로 변해야 한다.

가치는 “일반적으로 좋은 것, 인간의 욕구나 관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말한다.” 와인을 만드는 모든 생산자들은 자기가 만든 와인을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행복해하기를 바란다.

와인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 마시는 와인을 통해서 내가 누릴 만족감을 찾는 것, 마시는 와인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 이것이 바로 와인의 가치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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