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책임 있는 결단’이라고 치켜세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정치 쇼’라고 폄하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사퇴 파문은 여러 모로 기이하다. 당사자가 책임지겠다며 제발 자신을 사퇴 처리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것부터 그렇다. 더구나 그 촉구 대상이 자신이 속한 야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다. 윤 의원의 사퇴가 ‘정치 쇼’인 만큼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사퇴안 처리에 미온적인 까닭이다. 정작 문제가 있는 의원은 큰소리(?) 치고 부동산 의혹 연루에 큰소리를 쳐야 할 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뭔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뀌었다. 또 다른 우리 정치의 ‘웃픈’ 단면이다.
그런 점에서 윤 의원의 자진 사퇴는 ‘신의 한 수’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사퇴가 이런 점까지 계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현재까지 결과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이 옴짝달싹 못하는 지경이 된 것은 스스로 구린 구석이 있어서다. 수사가 우선이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등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이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러니 윤 의원의 사퇴안 처리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 의원 사퇴를 부른 여야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의 본질은 사라지고 엉뚱한 사안으로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여야의 상응 조치는 흐지부지 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여야가 국회의원 300명 전원의 전수조사를 합의한 게 지난 3월이었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민주당이 먼저 나섰고, 국민의힘은 미온적이었지만 결국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 전수조사에 돌입했고 그 결과가 지난 6월 발표됐다. 이 때까지도 국민의힘은 엉뚱하게 권익위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감사원 조사를 받겠다며 버텼다. 악화된 여론에 결국 권익위 조사에 응해 그 결과가 지난달 발표됐다. 그렇게 6개월 가까이나 우여곡절을 겪은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후속조치를 두고 또 한바탕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여야 합의 이후 국민의힘은 전수조사에 시종일관 비협조적이었다. 그런데도 결과 발표 이후 수세에 몰리기는커녕 공세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윤 의원 사퇴가 큰 요인이었다. 연루 의혹 의원 12명 중 5명에게 탈당을 요구했지만 이들 중 아무도 아직 탈당계를 내지 않았다. 이들이 불복할 경우 당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별 움직임이 없다. 이런 꼼수에도 여당은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것은 비단 윤 의원 사퇴 파문 때문만은 아니다. 여당 스스로도 부동산 투기 연루 의혹 의원 징계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연루 의원 대부분이 탈당을 거부했거나,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은 탓이다. 여야 모두 상대만 비난하며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윤 의원의 사퇴만 돋보일 수밖에 없다.
LH 사태 직후만 해도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 또한 단죄해야 한다는 여야의 호기롭던 모습은 사라지고 은근슬쩍 꽁무니를 빼는 모양새다. 이는 부산지역 정치권이라고 별 다를 바가 없다. 지역 여야와 부산시는 LH 사태가 터진 이후 부산 공직자 부동산 비리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 지난 5월 말 공식 출범시켰다. 하지만 주요 대상인 전현직 선출직 공직자 중 전직 상당수가 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국민의힘 소속 전직들의 비협조가 두드러진다.
급기야 민주당 시당위원장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선출직 공직자를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 시당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부산 선출직 공직자 부동산 전수조사는 새로운 시도다. 그럼에도 지난 5월 특위만 출범시켰을 뿐, 이대로 가다간 또 다른 ‘보여주기 쇼’에 그칠 공산이 적지 않다. 여론에 떼밀려 합의는 했으나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본보기다. 지역 여야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LH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 투기가 더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전수조사에 들어간 것도 자신들이 거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권익위는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회의원 및 가족의 부동산 검증 체계를 만드는 등 국회가 제도 개선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그 논의를 시작하기는커녕 상대당 흠집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래서야 윤 의원의 사퇴가 아니라, 여야의 전수조사 합의와 이후 조치가 오히려 ‘정치 쇼’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